화천에서 화천수력발전소를 지나 양구방향으로 달리다보면 ‘평화의 댐 22㎞’를 알리는 이정표가 길가에 서있다. 이곳에서 해산령의 아흔아홉 구비길이 시작된다. 태고의 신비를 펼쳐놓은 멋진 풍광에 감탄하면서 ‘최북단 최고봉 최장터널’이라는 해산터널을 지나면 화천읍 동촌리 애막골 일대에 조성된 평화의 댐이 나타난다.
남북이 이념으로 대립하던 시절에는 위정자들이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때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한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성금을 모아 완공한 대규모 댐이 평화의 댐이다. 이상기온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 홍수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는 국제연합 창립일인 10월24일에 맞춰 평화의 종이 이곳에 설치된다. 60여개 분쟁 국가에서 사용된 탄피를 기증 받아 만들어지는 평화의 종은 무게가 무려 37.5톤이나 된다. 평화광장 앞에 세계의 종 야외전시장과 기념관 등도 건설된다.
차도로 이용하는 댐정상전망대나 쉼터로 제격인 댐하류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잘 정비되어 있는 수변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이름 모를 비목이여/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가곡 ‘비목’의 탄생지와 가깝기에 이곳에 비목공원이 있다. 1960년대 중반 초급장교였던 한명희씨가 백암산 계곡의 잡초 속에서 이끼 낀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만난다. 녹슨 철모와 이끼 덮인 돌무덤이 훗날 한명희씨에 의해 ‘비목’의 가사가 되었고, 장일남씨가 곡을 붙여 현재에 이르렀다.
‘비목노래비’ 앞에서 가사를 되새겨 보노라면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이 떠올라 안타깝다. 비목공원에는 기념탑과 철조망을 두른 언덕 안에 녹슨 철모를 얹은 나무 십자가가 서있어 민족의 비극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주차장 앞에 있는 물문화관에 들리면 전시물과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