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때 의상이 창건하고 대웅전 뒤에 맑은 물이 나오는 샘 옥천이 있어 널리 알려진 사찰이 옥천사(고성군 개천면 북평리).
옥천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사천왕문이 나타난다. 그 옆으로 자방루(경남 유형문화재 제53호)와 유물들을 전시한 보장각이 보인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경의를 표해야 하는 하마비(下馬碑)가 있고 길옆으로는 큼직한 바위덩어리가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계곡이 있다. 사천왕을 구경하고 나와 다리를 건너면 거북이 입에서 물이 나오는 '연화산옥천수'가 맞이한다.
물맛을 보고 안내판에 씌어 있는 글을 읽어 보며 자방루를 구경한 후 해탈문을 들어서면 옥천(玉泉)이 있는 옥천각과 대웅전이 보인다. 조용한 사찰이건만 여러 곳이 공사 중이라 널려있는 공사 물품들 때문에 어수선하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옥천은 이 절을 창간(676년)하기 전부터 있었던 샘으로 예로부터 병을 고치는 감로수(甘露水)로 한국의 100대 명수에 올라 있다. 옥천사가 있는 연화산에는 암수의 옥천이 있다고 전해온다. 옥천각 안에 있는 옥천은 암샘이다.
옥천의 물맛을 보며 수샘은 어디에 있는지가 궁금하다. 공사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알아볼 길이 없다. 마침 스님이 한 분 오기에 물어보니 다른 사찰에서 왔단다. 밑에서 일을 하고 있던 보살님을 통해 수샘을 알아냈다.
산속의 물 무덤이 아래에 있는 수샘은 청담 스님을 비롯한 역대 스님들의 진영을 모셔둔 조사전 아래에 있다. 밖에 있는 연화산옥천수나 옥천각에 있는 옥천의 풍부한 수량과 달리 수샘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 모금 마실 수 있을 만큼 물의 양이 적었다. 미각이 둔해 암샘과 수샘의 맛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옥천사에서 암수의 물을 모두 먹어봤다는 게 행복이다.
옥천각 옆에 있는 대웅전(경남 유형문화재 제146호)은 석가모니를 모신 앞면 3칸, 옆면 2칸의 단층 법당으로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 지붕집이다. 대웅전 앞에는 좌우에 당간지주가 있다. 대웅전 옆에 건립 당시인 영조 때 기성이 현판을 썼다는 정면 4칸, 측면 3칸의 건물 명부전(경남 유형문화재 제132호)이 있다. 명부전에는 불계에서 영혼을 재판하는 지장보살을 모셔 놓았다.
옥천사가 정토신앙과 민간 토속신앙 등이 융합된 통불교사찰임을 알려주듯 대웅전 뒤쪽으로 산령각, 칠성각, 독성각 등의 작은 전각들이 줄지어 있다. 그중 독성각과 산령각은 전각 안에 들어가 앉아 있기도 어려울 만큼 좁다.
유물 전시관인 보장각은 2층으로 귀중한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고려 때 동으로 만든 타악기인 보물 제495호 '임자명반자'다. 지리산 안양사에서 언제 옥천사로 왔는지 알 수 없는 임자명반자의 옆면 위쪽에 제작연대(1252년)를 알 수 있는 글이 있다.
옥천사 입구 바로 전에 있는 쉼터가 많은 용각류의 발자국들이 무질서하게 찍혀 있는 공룡발자국 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