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덕유산의 설경 1

2007.01.30 11:25:00

겨울 산은 낙엽을 떨어뜨린 채 맨몸으로 바람과 씨름하는 나목들 때문에 을씨년스럽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겨울 산을 즐겨 찾는지는 눈이 내리는 날 자연이 만들어 논 아름다운 설경을 보면 안다.

겨울을 맞으며 설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유산의 설경을 꼭 보기로 했다. 그래서 12월 말에 덕유산을 찾았지만 따뜻한 날씨 탓에 정상인 향적봉마저 눈이 녹아 설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왔다. 1월 26일 오후 4시에 발효되었던 대설주의보가 당일 오후 7시에 해제되었고, 1월 2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입산할 수 있음을 덕유산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http://deogyu.knps.or.kr)의 공지사항을 통해 알아냈다.

시간이 허락하는 28일 아침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063-322-3174)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063-322-9000)로 부지런히 전화를 하며 덕유산에 입산할 수 있는지와 관광 곤도라의 운행여부를 여부를 알아봤다.

무주IC로 나와 양수발전소를 지나면서 만나는 괴목리의 길가에 서있는 커다란 괴목(槐木) 두 그루가 여러 가지 인생살이를 생각하게 한다. 무주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차안에서만 지루한 게 아니다. 무주리조트의 곤도라 승강장 입구에도 사람들이 만원이다. 막바지 스키시즌에 눈까지 내리는 일요일이니 이정도 불편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급할 텐데 공중도덕을 지키며 질서를 잘 유지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12월 말에는 8인용 곤도라에 우리 내외만 탑승하고 자유를 누렸는데 정원을 채우니 창밖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이 개폐가 가능한 창문 옆 자리라 창문을 열고 사진촬영도 하고 스키장을 내려다봤다. 설천봉이 가까워올수록 운무처럼 흩날리는 눈가루 사이로 눈꽃을 피운 괴목들이 새로운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그 자리에 멈춰서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속 모르는 곤도라는 설천봉에 도착한다.








설천봉도 이미 눈꽃 구경을 마친 사람들과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눈발이 날리며 조금 먼 곳의 사물들은 모습을 감췄다. 그래도 눈앞에 나타나는 설경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무마다 피워낸 아름다운 눈꽃을 보며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실감한다. 큰 바위덩어리에 핀 눈꽃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서 봤겠는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들려온다. 설경을 배경으로 추억거리를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가까이에 있는 향적봉이 눈발 때문에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향적봉의 풍경이 장관이다. 오히려 향적봉 정상에서의 풍경은 주변의 사물이 잘 보이지 않아 갑갑했다. 그래도 30여일 전 이곳에 올랐을 때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멋이 있다.

어쩌면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나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사람들은 더 사랑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연인데 볼 때마다 같은 모습일수도 없다. 덕유산을 찾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듯 향적봉에 있는 내내 눈발이 그치지 않았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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