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코스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곤도라(왕복 11,000원, 편도 7,000원)를 이용해 설천봉에 오른 후 향적봉 정상과 백련사를 거쳐 삼공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거나 반대로 삼공에서 출발해 곤도라로 하산하는 총 거리 8.5km의 등반길이다.
향적봉 정상에서 2.5km 거리의 백련사로 향한다. 하산길이라 마음도 여유롭고, 등반하기 좋을 만큼 길도 편해 설천봉에서 향적봉 정상까지의 설경에 연발하던 감탄사가 백련사까지 길게 이어진다. 김해에서 왔다는 어른들은 이렇게 좋은 눈 구경 처음이라며 눈길에 연신 미끄럼을 탄다.
산 가득 눈이 내리고, 바람이 없어 춥지도 않은 날이 1년에 며칠이나 될까? 백설로 뒤덮인 덕유산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런 날 덕유산을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다.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 내리막길도 미끄럽지 않았고, 눈길이라 발길에 닿는 촉감도 좋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살 수 없는 게 인생살이지만 여행지에서는 기분에 맞춰 그냥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좋다. 저절로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는데 고함을 외친들, 일부러 넘어진들 누가 뭐랄까? 어느 여행지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발아래로 백련사가 보인다.
눈발 속에 희끗희끗 바라보이는 백련사의 설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신라 때 백련선사가 은거하던 곳에 흰 연꽃이 피어났다는 전설을 간직한 백련사는 수많은 고승들이 배출된 사찰로 무주구천동의 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
백련사는 하얀 눈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각들이 다정해 보일만큼 아담한 사찰이다. 무주구천동에 있던 14개 사찰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란다.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 구천동 계곡을 품고 있는 덕유산의 너그러움이 가슴으로 전해온다.
구천동의 끝을 알리듯 해발 900여m의 높이에 위치한 백련사는 구천동 33경중 32경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백련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명부전, 원통전, 삼성각, 범종각, 천왕문 등이 있다. 아치형 다리 ‘백련교’를 건너면 일주문과 부도가 나타난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부도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삼공탐방지원센터까지 약 6km에 이르는 길은 평지에 가까워 걷기에도 편하고, 길옆으로 구천폭포ㆍ사자담ㆍ인월담 등의 명소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구천동 계곡이 이어져 지루하지도 않다.
자연은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 항상 살아서 움직인다. 추운 겨울이지만 계곡의 얼음과 돌 틈으로 맑은 물이 소리 없이 흐르며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야 하는 인생살이를 얘기하다보니 삼공탐방지원센터를 겸한 시인마을이다.
여행지라 불 밝힌 상가 위로 눈이 내리는 풍경도 인상적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날 여행의 끝자락에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났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설천하우스로 가는 셔틀버스 시간을 물었는데 일일이 시간을 체크하며 자세히 가르쳐 준다.
상술이려니 생각한 게 오산이다. 1시간 동안 추위에 떨 것을 걱정하며 아무 부담 없이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가란다. 난로 곁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는 따뜻한 차와 누룽지까지 대접한다. 오가는 사람들 미끄러지면 안 된다고 연신 넉가래로 눈을 치우는 전주회관(063-322-2530, 017-404-4211) 오대교 사장님을 보며 상술이 아니라 친절이 몸에 밴 분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설경이 유혹했던 덕유산 등반은 좋은 구경거리가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더 즐거운 여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