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치는 게 졸업(卒業)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졸업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사도 성대하게 계획한다. 더구나 초등학교는 6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하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받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문의초등학교는 올해 개교 백주년을 맞이할 만큼 역사가 깊은 학교지만 아직 강당이 없어 인근에 있는 면사무소의 복지관에서 졸업식을 했다. 당연히 교내에서 이뤄져야 할 행사를 복지관에서 하려니 사용상의 불편과 손님접대 등 어려운 일이 여러 가지였다. 그래도 시간이 되니 졸업을 축하하는 화분이 속속 도착했고 학부모와 내빈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졸업생대표가 교장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장상과 각종 대외상 시상이 이어졌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의미가 반감되는 것을 알면서도 장학금을 일괄수여하며 시간을 줄였지만 졸업식은 70분이나 걸렸다.
예전과 같이 상장을 받으러 나오는 아이들의 걸음걸이나 인사하는 태도에 신경을 쓰는 시대도 아니다. 상장이나 장학금을 주는 어른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된다. 그런데 몇몇의 아이들은 그것을 그렇게도 어려워 한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이 먼저여야 하고, 노인회장님 상장까지 있으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졸업생들에게 ‘유종의 미’까지 얘기하며 졸업식 당일의 바른 행동을 강조했을까? 시골의 순진한 아이들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예의를 잘 지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주는 식사가 끝나자 내빈들의 축사가 길게 이어진다. 좋은 말 할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 축사를 할 정도 되는 어른이면 이런 날 좋은 말 아무리 많이 해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5학년 어린이의 송시와 6학년 졸업생의 답시가 끝나고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차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해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를 부를 때쯤 한 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훌쩍인다. 생각이 깊고 감정이 풍부해 글을 잘 쓰던 아이였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극소수였던 예전 같으면 졸업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졸업식 행사를 6번이나 해야 하고, 요즘은 마지막보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에 보기 드문 풍경이 되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졸업식 노래가 끝부분을 향하는데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싱글벙글’이다. 아예 노래도 부르지 않은 채 누가 눈물을 흘리는지를 확인하느라 고개까지 돌린 아이들이 많다.
졸업식이 끝나고 있은 환송식에서도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항상 저렇게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