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읍 소재지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괴산 8경의 하나인 제월대, 충북기념물 제24호인 고산정,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생가가 있는 제월리가 나타난다. 제월대 광장에는 월북작가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홍명희 문학비도 있다. 이곳 제월리가 조선 초기부터 괴산 고추의 명성을 이어온 쇠뿔고추의 원산지라 대규모로 고추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
이곳에서 다시 감물 방면으로 2~3분만 가면 여름이면 다리 아래에 올갱이를 잡는 사람들이 많은 이탄교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마을 입구에 배나무여울(이탄) 이라는 표석이 있고 가까이에 성불사가 보인다. 작은 가게 옆에 성불산 등산로 안내판도 있다.
하지만 성불산 산행의 들머리는 우측 충주방향으로 산모롱이를 지나 조금만가면 좌측에 나타나는 검승리 기곡마을이다. 기곡마을 안에는 수령이 600년이고 둘레가 6m나 되는 느티나무(괴산보호수 4호)가 오래된 뿌리를 드러낸 채 맞이한다.
괴산군청에서 발행한 ‘괴산의 명산 35’에 의하면 옛날 산위에 부처를 닮은 불상이 있었다 하여 성불산이라 전해져 온다. ‘직지’가 만들어진 곳이 성불사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느티나무를 지나 50m쯤 가면 왼쪽으로 집이 세 채 나타나는데 첫 번째 집 담을 끼고 돌면 산행 길로 이어지는데 산 입구에 등산로를 알리는 작은 이정표가 있다. 성불산은 높이도 낮고 산행거리도 짧지만 초입부터 제1봉까지는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몇 그루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는 1봉에 올라서면 기곡마을의 아담한 전원주택과 경지정리가 잘돼 바둑판같은 제월리의 들판, 배나무여울의 넓은 냇물과 제월대로 흘러내리는 괴강 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제1봉에서 제2봉까지는 오르막과 평탄길이 반복되는데 산책을 하듯 부담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등산로 옆으로 이어진 숲길은 수령이 오래되지 않은 소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어 더 아름답다. 작은 산이지만 소나무 사이로 절벽이 펼쳐지고 그 아래로 구불구불 시골길이 시골의 향취가 묻어나게 하는 점골마을이 보인다.
제2봉에서 제3봉까지도 1봉에서 2봉까지의 등산로와 산행길이 비슷하다. 조금만 고생하면 정상으로 착각할 수 있는 3봉에 도착한다. 누가 쌓았는지 알 수 없는 돌탑과 돌탑 바로 아래에 있는 고목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장광이다. 이곳은 조망도 좋아 맹이저수지와 그 너머에 있는 박달산, 군자산, 비학산, 괴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3봉을 넘어서면 정상을 다녀온 후 이탄, 점골, 기곡 중 한곳을 택해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30여분의 등반은 클라이밍코스가 몇 군데 있어 재미있다. 정상에는 성불산 정상을 알리는 표석과 돌탑이 있는데 주변의 나무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다.
하산은 출발지인 기곡마을로 되돌아가거나 성불사가 있고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이탄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옛날 토기를 굽던 점토가 많아 점골이라 불렀고 지금도 가마의 흔적이 몇 군데 남아있는 점골마을로 하산해도 출발지인 기곡마을까지 길이 이어지고 밭에서 봄나물 뜯는 아낙네들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