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을 통하여 우리 고장의 지형과 지리를 살펴보자. 산줄기와 물줄기를 찾아보며 자연환경을 살펴보자. 청주지역의 중심산줄기 한남금북정맥을 걸어보자. 무심천 발원지역들을 찾아보자. 산줄기 주변 마을을 살펴보자.'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속리산 천황봉에서 서북으로 뻗어 충청북도 북부 내륙을 동서로 가르는 한남금북정맥을 청주지역의 중심산줄기를 따라 8구간으로 나누어 찾아보는 행사를 주관하며 청주삼백리에서 내건 구호다.
그중 1구간은 보은군 회북면과 청원군 가덕면이 경계인 피반령에서 시작해 도종환 시인의 산방이 가까이에 있다는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양지말까지 5시간 정도 능선을 산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행사가 계획된 대로 도종환 시인이 함께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하고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모임이 '청주삼백리'다. 이날(4일) 행사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일가족 8명이 참석한 가정과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4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9시 45분경 피반령에 도착해 산신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일기예보대로 출발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아 힘이 들더라도 일정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 길을 걷다 보니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군자봉(547m)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송태호 대장에게 한남금북정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벽계수옹달샘 갈림길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산봉우리를 따라 비를 품은 구름이 시커멓게 몰려오는 것이 보이자 동요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일정을 중단하고 무심천의 발원지인 벽계수옹달샘이나 돌아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렇게 순간의 선택이 중요할 때 리더의 역할은 막중하다.
송태호 대장은 '눈비가 내려도 계속된다'는 청주삼백리의 구호에 맞게 처음 일정대로 목적지를 향하자고 했다. 답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비바람을 이겨내기로 했다.
'위잉∼ 위잉, 쏴아∼ 쏴아∼ 우∼ 우∼, 와∼ 와' 골짜기 아래에서 불어온 바람이 능선을 넘으며 토해내는 소리가 위엄을 더한다. 능선에 쌓여 있던 낙엽들이 바람에 힘없이 날아간다.
능선을 바람막이로 한 사람이 비켜가기도 어려운 좁은 산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는 산속에서 몇 명씩 둘러앉아 점심을 먹어도 즐겁기만 하다.
567봉과 초개재를 지나 한남금북정맥 갈림길에 섰다.
송태호 대장이 한남금북정맥의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2구간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곳에는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백두대간을 등반하기 위해 다녀간 사람들의 리본이 많이 보였다.
산행을 하다 보면 리본이 이정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산 길에 만난 서울 한국종주대의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고 인생은 짧은데 갈 길은 멀다'는 리본의 문구가 산속에서나마 인생살이를 생각하게 한다.
연리목이 아니면서 두 나무의 줄기가 X자를 만들어 사람들이 연리지와 연리목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하는 나무도 봤다.
산에서 내려오면 571번 도로인 쌍암재(해발 290m)와 만난다. 그 아래에 있는 마을이 법주리 양지말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표석과 유래비, 군보호수인 두 그루의 느티나무를 보면 법주리가 얼마나 역사가 깊고 살기 좋은 마을인지 안다. 법주리 마을 뒤로는 한남금북정맥이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