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도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를 찾았었다. 그때는 아내와 단둘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과 같이 떠난 가족여행 길이라 새로웠다.
통일전망대는 분단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 통일의 의지를 다지고 이산가족들이 망향과 분단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최동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의 해발 70미터 고지에 위치한다.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통일안보공원(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에서 간단하게 수속을 밟아야 한다. 세계자연광물박물관 앞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10km 거리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에 대표자 인적사항, 차량번호, 차종, 출입자 인적사항 등을 적어 제출하고 강당에서 10분짜리 안보교육용 홍보물을 감상한다.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통일전망대로 이동하는데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출발한지 5분정도면 우리나라 최북단마을 명파리를 지난다. 최북단해수욕장, 최북단휴게소, 최북단주유소 등 최북단이라는 수식어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
명파리를 지나면 바로 민간인들이 출입에 통제를 받는 민통선이다. 군인들에게 출입신고서를 제출하면 민통선 차량출입증을 준다. 출입증을 차량 전면에 비치한 후 검문소를 통과해 3~4분이면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꽃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 151개의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전망대 주변에는 통일미륵불, 성모마리아상, 전진십자철탑, 351고지 전투전적비, 공군 351고지 전투지원작전기념비, 민족의 웅비, 고성지역전투 충혼탑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 1층의 전시관에서 북한주민들의 생활용품을 관람하고 2층에 오르면 바로 앞에 있는 북한 땅을 관람할 수 있다. 통일을 기원하는 염원을 온 누리에 울리고자 1983년 전망대 설립과 함께 세운 범종은 2층 전망대 바로 옆에 있다.
통일전망대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98년부터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금강산은 이곳에서 가깝게는 16km 멀리는 25km 거리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북한 땅을 구경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까만 통일전망대는 이산가족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줬고, 지금 우리가 금강산관광을 하는데 일조를 하면서 오랫동안 통일의 관문 역할을 해냈다.
바닷가를 따라 금강산 가는 길이 북쪽으로 이어진다. 날씨가 좋은 날은 해금강 주변의 섬과 만물상(사자바위), 현종암, 사공암, 부처바위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금강산 1만 2천봉의 마지막 봉우리 구선봉(낙타봉)과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지닌 감호도 보인다.
남쪽에서 막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작년에 왔을 때에 비해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곳에 처음 온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망이 괜찮았다. 날씨에 구애를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날씨를 탓할 수도 없는 게 여행이다.
구경을 한 후에는 개별적으로 귀가한다. 통일전망대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와 민통선 검문소의 군인들에게 차량출입증 반납한다. 똑같은 우리 땅이지만 이곳부터는 누구에게나 자유가 주어진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