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사랑의 한남금북정맥 3구간 답사

2007.04.02 22:39:00

청주사랑의 회원들이 한남금북정맥 3구간을 직접 답사하며 고장사랑을 키우는 날이다. 청주삼백리가 청주사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처음 답사를 하는 날이라 더 의미가 큰데 하필이면 황사가 심해 방송에서는 외출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찾아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알아보는 만큼 사랑한다.’는 것이 청주사랑의 모토다. 그래서 청주사랑은 ‘눈비가 내려도 답사는 계속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이것저것 잴 것이 뭐가 있겠나.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 출발지로 향했다.

황사가 가깝게 보이던 먼 산의 모습을 감췄다. 모든 사물들이 제 모습이 아니다. 온 세상이 뿌옇게 흐리니 가난했던 옛날처럼 잿빛 세상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래도 출발지로 가는 길가의 화원에서는 화사한 꽃들이 봄 냄새를 물씬 풍기며 유혹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해 사진기를 꺼내들고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아 꽃 사진을 몇 커트 찍었다. 주인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화분을 일일이 가리키며 꽃 이름을 가르쳐준다. 어디선가 본 듯한 꽃이 눈길을 끌어 꽃 이름을 물었더니 ‘모나리자’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꽃에서 모나리자의 미소가 느껴진다.

황사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전날의 과음으로 게으름을 피운 탓도 있지만 주인의 친절이 고마워 꽃 앞에 너무 오래 있었나보다. 출발지로 가서 기다리는데 차가 오지 않는다. 연락을 해보니 아뿔싸 한참 전에 차가 그곳을 지나갔단다.

산행이 시작되는 낭성면 관정리를 알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행들을 뒤따라 혼자서 답사를 하기로 작정하고 터덜터덜 정류장으로 걸어가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개인택시를 하는 친구가 지나다가 정류장에 앉아있는 것을 봤다며 전화를 해왔는데 마침 멀리서 시내버스가 보인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행복이다.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니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버스요금을 묻는 내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기사님이나 버스 안에 있는 승객들이 모두 정겹게 느껴진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기가 어렵다. 삭막한 세상이라고 걱정을 하지만 아직 촌 인심은 그대로다. 길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밭에서 일하고 계시던 어른들이 입구를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마을의 끝머리에 있는 전원주택 담장에 청주사랑의 리본이 걸려있어 이곳이 산행의 첫머리임을 알려준다. 지난 주 산에 올랐을 때는 꽃망울만 보고 왔는데 초입부터 활짝 꽃피운 진달래가 지천이다. 초록바탕에 노랑과 빨강을 칠하며 일주일 사이에 온 산이 알록달록 물들었다.


비교적 등반하기 좋은 길이었지만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으로 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부분은 발자국만큼 낙엽이 젖어있어 청주사랑 회원들이 이 길로 지나갔음을 알려준다.

의도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혼자 산길을 걷다보니 여유로워 좋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 산길을 걷는 것도 괜찮겠다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니 일행들을 따라가느라 힘이 들어도 발걸음이 가볍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서 쉬었다가기로 목표를 정한 후 부지런히 걸었는데 뜻밖에도 시간상 많이 앞서 있어야 할 일행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결혼식 축하하러 다니기에도 바쁜 계절에 황사까지 불어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산정말을 내려다보며 회원들과 등반을 시작했다. 산정말은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의 발원지중 한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봉우리 가까운 곳에서 제법 잘 꾸며놓은 납골당을 만났다. 납골당을 조성하면서 장비가 오르내리느라 제법 넓게 산길이 나있다. 자연스럽게 욕심을 앞세우는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화제 거리였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은 인원마저 단출해 한자리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제일 즐거운 게 먹는 시간인데 정까지 보태지니 더 즐겁다. 주거니 받거니 소주잔이 돌아가고 따님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회원은 경사 턱이라며 양주까지 가져와 손수 한잔씩 따라준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과 같이 걸었다. 자식들 결혼시키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손에 쥔 것은 없는데 며느리에게 용돈도 주고 손자들 장난감도 사줘야 하니 어려움이 많단다. 그러나 조금만 들어보면 스스로 며느리나 손자들에게 내리사랑을 베풀면서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오솔길을 연상 시키는 산길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너문대월 고개로 가면서 못 볼 것을 또 봤다. 심장을 파고드는 철사 줄 때문에 나무들이 고통스러워하며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분명 인간이 저지른 잘못이기에 가슴에 박힌 철사를 우리가 제거해야 한다. 그동안 이곳을 지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너문대월 고개에서는 대전에서 온 산악용자전거(MTB) 동호회원들을 만났다. 이곳의 산길이 요즘 MTB 코스로 각광받고 있단다. 아이들이 부는 버들피리 소리를 들으며 구불구불 굽이 길을 걸어 낚시터가 있는 한계리 저수지로 내려왔다. 저수지 주변의 버드나무는 연두색을 더해가고 있는데 황사 때문에 빈 좌대가 낚시터를 지키고 있다.


뒤에 내려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잠깐 나물을 뜯었다. 싱싱한 쑥과 벌금자리가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양념으로 벌금자리를 묻힌 큰 그릇에 밥 한 그릇 쏟아넣고 쓱쓱 비벼서 먹을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돈다. 봄날에 쌉쌀한 뒷맛으로 입맛을 돋우어 주는 쑥국은 또 어떤가?

황사가 심한 날이었지만 청주사랑 회원들과 한남금북정맥을 답사하며 즐거운 인생살이를 배운 하루였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