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왜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할까?

2007.04.06 17:21:00

며칠 전, 학교에서 휴대전화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대전시의 중ㆍ고등학교 교장들이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을 벌이겠다는 결의대회를 열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러자 바로 편을 나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므로 당연히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로 나뉜다.

교원들에게는 학생들에게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야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이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인권침해 요소와도 상충한다는 게 문제다.

전화사용을 막기 위한 수업 중의 휴대전화 수거를 학생들이 제대로 지켜준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그렇게 매스컴에서까지 강조하는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한 학생들이 해마다 적발되는 것을 보면 실태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일부학교에서는 시험기간 중에만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

이런 조치가 대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시행 중이고 2004년 5월에는 창원에서 발생한 속칭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휴대전화의 편리함이 오히려 또 다른 폐단을 낳는다며 김해지역의 초ㆍ중학교 학생들에 대해 휴대전화 소지 금지령이 내려졌었다.

작년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했다. 덩치가 큰 남자 아이들 몇 명이 수업시간에도 여자 담임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하거나 MP3 플레이어를 듣는 게 현실이라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

아래 글은 그때 교무부장을 맡고 있던 내가 학부형들에게 보낸 안내장의 일부다.

'요즘 우리 학교 어린이 중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방해가 되는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에 수신자 부담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가정과의 의사소통에 불편한 점이 없고, KBS 2TV의 ‘스펀지’에서 지난 4월 15일 방영된바와 같이 MP3 플레이어가 청소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실험결과가 있었습니다.

11월 20일부터는 어린이들이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를 소지하고 등교하지 않도록 각별히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정과 급한 연락이 필요해 꼭 휴대폰을 소지하고 등교해야 하는 날은 부모님이 담임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기 바랍니다. 소기의 목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쯤 되면 학생 휴대전화 소지 금지 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 규정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을 알면서도 강제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학교 측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런데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쿠키뉴스에 의하면 이 학교는 수업 중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압수해 4∼5일 후에 되돌려주고 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하다 적발돼 전화기를 빼앗긴 학생이 앙심을 품고 ‘수업 중 답변태도가 불량하다’고 나무라는 교사를 수차례 폭행했다는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이제서 잘잘못을 따지면 뭐하나? 학교의 학생선도위원회에서 7일간 봉사활동을 지시받은 학생이나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교사나 다 같이 불행한 사건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책을 마련해야 공교육이 살아난다. 그러려면 주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옳다고 고집하거나, 상대방의 잘못만 질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하며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실효가 있겠지만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에 동참하며 벨소리 대신 사람소리가 넘쳐나는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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