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을 ‘아무나’ 한다고?

2007.04.07 07:19:00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악령이 되살아났다. 작년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개선특위 전체회의 표결에서 부결되었던 ‘무자격 교장공모제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장 자격증이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이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은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현직 교원 및 교육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장직 공모를 통해 교장을 뽑겠다는 내용이다.

교장을 ‘아무나’ 한다니, 이는 교육전문성을 무시하는 敎育의 ‘敎’자도 모르는 말도 안 되는 발상으로 절대 반대한다. 그저 단순한 자기중심적 사고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교육전문가로서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고 염려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우선 아무나 교장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정부가 새로운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면서 교장자격증을 전제하지 않은 것은 학교교육의 전문성에 직결되는 교장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젊고 유능한 교장을 뽑겠다는 미명 아래 자격증 없는 교장을 학교 현장에 투입시키려 하는 것은 자기변명이자 합리화다.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 법원장도 초빙 공모하여 해당 직무의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둘째, 현재의 교장 모두를 경력과 연구실적, 근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불신하고 학생지도와 관련되어 있다기보다는 기회주의와 아부, 그리고 교육보다는 승진에 전념한 사람으로 보는 왜곡된 시각도 문제다. 교육을 모르는 사람은 학교를 시장으로, 학교경영을 자영업을 운영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교장은 학교를 변화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런 능력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교육 경륜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연수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교장선출보직제의 변종인 무자격 외부인사의 교장직 개방 음모는 한 마디로 교사를 정치인화하고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교육전문성 약화는 물론 교직사회 전체에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악법으로 변질될 것이다. 현재는 교장 되려면 일정 경력을 쌓는 동안 연구 활동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나 이제는 교장이 되려면 경력이고 연구고 아무 소용이 없다. 전문성이 없어도 된다. 특정 교원단체·학연·지연을 타고 인기관리하며 능숙하게 로비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교직은 전문직이며, 자격증은 그 상징이다. 교장·교사를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넷째는, 정부의 강행 수순이 불순하다. 사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작년이었다. 당시 교육혁신위원회의 표결에서 부결되었던 교장공모제를 시범실시도 없이 아예 국무회의 힘을 빌려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는 일부 학부모단체와 시민단체에 소속된 찬성 측 위원들의 압력 때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부나 국무회의가 백년대계를 향한 합리적인 교육정책이나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정치적 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한다.

아주 소수의 교장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자기 소신을 펼치고 있는 교장왜곡해서는 안 된다. 현행 제도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수정하고 보완하며 고쳐나가면 되는데, 하루아침에 큰 물의 흐름을 바꾸려는 발상은 위험천만이다. 이는 특정 코드인사로 휘둘리는 현 정부의 교직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특유의 오기 발동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디 정부는 나무 한 그루만 보고 숲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자격제의 교장을 오히려 자격증제로 전환시키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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