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큰 사람, 김제동

2007.04.10 15:33:00

1987년 박종철 열사가 잔인한 고문으로 사망했을 때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한 경찰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고문 사건은 6월시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그 당시 사람들은 ‘탁’과 ‘억’을 유행어로 만들며 울분을 터뜨릴 때마다 끄집어냈다.

요즘 TV의 재테크 프로그램 등에서 수십억 대의 재산을 모은 연예인들을 소개하고 출연자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억’ 소리가 일반 서민들을 기죽이며 짜증내게 한다는 기사를 보고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10억 재테크, 30억 재테크로 소개되고 있는 두 명의 리포터나 방송생활 8년 만에 17억원 상당의 70평대 집을 마련했다는 유명 MC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그들이 짠돌이 소리를 들으며 알뜰살뜰 돈을 모은 것은 당연히 칭찬해야 한다.

재테크는 재무관리에 대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의미한다. 돈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누구나 재테크로 돈을 많이 벌면서 풍요롭게 사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시청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서민들은 꿈조차도 꿀 수 없는 얘기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억’이라는 숫자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높은 산봉우리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다 한미 FTA 등으로 사회가 뒤숭숭하다. 그래서 ‘수십 억 원을 번 연예인 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나 수백 만 원이라도 사회에 기부를 한 연예인을 소개하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당연하게 들린다.

만(萬)의 만 배가 되는 수가 억(億)이다. 부동산 열풍이 일어나기 전만해도 억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소원일 만큼 큰 수였다. 재산이 매우 많은 사람이나 아주 큰 부자를 나타내는 백만장자보다 억만장자가 더 부자인 것으로 봐도 억이라는 수의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손에 쥐기가 어려운 게 돈인데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평생 모은 재산을 미련 없이 주고 가는 사람이나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남모르게 자선을 베푸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우리들의 심금을 울린다.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일부 연예인이나 프로그램이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구설수에 오른 것과 달리 인기 방송인 김제동씨가 조선일보와 한국교총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16개 시·도 교육청이 후원하는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행사에 1억원을 내놓아 칭송을 받고 있다.

1억원을 기부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래서 MC계 ‘최고 입담꾼’의 ‘1억원을 내기까지 아깝다는 생각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작은 거인’ 이라는 호칭에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작아도 큰 일을 실천하고 있기에 국민 MC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리라고 본다.

김제동씨와 같이 기부가 아니고 ‘부채상환’이라고 생각하며 버는 것만큼이나 쓰는데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은 사회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사회 발전에 비해 아직 학교가 가난한 것을 알고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도 반갑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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