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아이들의 서울 나들이

2007.04.20 14:24:00

 


올 3월 순진한 분교의 2학년 아이들을 만나 처음 실시하는 현장학습이 서울 63빌딩과 암사동 선사주거지 견학이었다.

현장학습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여러 가지 활동을 바탕으로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면서 질서를 지키고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자연을 아끼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사랑하는 태도를 길러줘야 한다.

소풍으로 불리던 예전과 달리 현장학습의 종류나 방문지가 다양화된 세상이다. 그래도 아직은 도시체험이 농촌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거리가 된다. 현장학습의 목적을 떠나 서울에 간다는 것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20분 거리에 있는 본교로 미리 출발해 8시 30분에 본교 2학년 아이들과 같이 서울로 향했다. 밖에 보이는 풍경이 모두 낯설지만 관광버스 기사님이 준비한 만화영화를 보면서 깔깔거리고 부모님이 챙겨준 간식을 먹느라 그저 즐겁다.

버스가 휴게소에 들리자 쏜살같이 뛰어가 먹을 것을 사온다. 미리 주의를 줬는데도 앞뒤 생각을 하지 않고 뛰어다녀 걱정이 된다. 아이들과 현장학습을 떠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요즘 아이들 아무리 말려도 줄기차게 먹는다.

휴게소에서 용변을 보라고 당부했는데 차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며 울상을 짓는다. 표정으로 봐 무척 급하지만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해결 방법이 마땅찮다. 남자아이라 달리는 차안에서 비닐봉지로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버스가 서울로 접어들어 올림픽대로를 달린다. 남산타워, 한강에 놓인 다리, 고층빌딩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서울을 실감한다. 멀리 63빌딩이 보이자 국립현충원에 대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표정이다.

63빌딩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아이들을 친절히 맞이한다. 견학 시간을 맞출 겸 넓은 홀에서 점심부터 먹었다. 빌딩 안이지만 야외로 나들이를 나간 듯 오순도순 모여앉아 점심을 나눠먹는 모습이 정겹다.



아이맥스영화관에 들어서자 건물 8층 높이의 초대형 스크린에 놀란다. 평소 극장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라 작은 빗방울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는 최첨단 다채널음향시스템으로 끝없이 설원이 펼쳐지는 ‘북극대탐험’을 보니 환호성이 저절로 나온다.



 


 


60층에 있는 전망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고속으로 물결이 반짝이는 한강을 발아래에 두며 해발 264m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먼저 북쪽으로 한강과 도시 건너편의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1900년에 세워진 한강철교도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1학년 아이 한명이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아 담임을 당황하게 한다. 저희들끼리 깔깔대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던 우리 반 6명의 아이들도 전망대에서 서울의 풍경을 보고는 얼굴이 굳었다. 얼굴을 활짝 펴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라고 얘기하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을 보인다.
 
 


 


 


400여종 2만여 마리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씨월드(수족관)로 갔다. 알록달록 열대어도 보고 여러 가지 파충류도 관찰한다. 수족관에 인어공주가 나타나 먹이를 주는 모습이나 킹펭귄, 바다표범, 물개, 가오리에 관심이 많다. 제일 인기가 있는 곳은 아이들이 해양생물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터치풀이다.




63빌딩을 뒤로하고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 유적지로 사적 제267호인 암사동 선사주거지로 갔다. 아이들은 기원전 4000∼3000년 무렵에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움집터와 출토 유물들을 관찰하며 우리 문화를 공부했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기 전, 자기가 앉았던 자리 주변에 있는 쓰레기나 과자 등을 비닐봉지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농촌 아이들의 서울 나들이를 겸한 현장학습을 마무리 했다. 매우 자상하던 관광버스기사님으로부터 이렇게 착한 학생들 처음 봤다고 칭찬까지 들었으니 아이들도 즐거웠을 것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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