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버넷에서 운영하는 제 5기 수습기자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일찍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출판을 하기로 한 책의 교정본을 돌려주어야 하고, 편집에 대해서 의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서 예정보다 조금은 일찍 집에서 나섰다.
신촌에서 교정을 책임 맡은 분을 만나서 약 10분 정도 걸어서 사무실로 가서 직접 작업을 할 젊은이와 함께 교정본을 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과, 사진의 선명도 같은 것을 가지고 함께 의논을 하였다. 오탈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쉬운 편이었지만, 사진이 TV 회면을 캡쳐한 사진이 많아서 별로 선명하지 못한 것이 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사진의 원본을 보내 주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진이 무엇 무엇인지 각 페이지별로 모두 기록을 하고 다시 찾아서 보내겠다고 약속을 하고 사무실을 나선 시간은 내가 교육장 까지 가는 시간까지 합해도 약 1 시간 정도의 남은 시간이 생겼다. 이 시간을 어찌 할 것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일단 대학 앞이니까 서점이나 들어가서 쉴만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가서 보고 결정을 하자.’
이렇게 생각을 하고 바로 전철을 타고 성균관대학을 향해서 떠났다. 갈아타기까지 하여서 혜화 역에 도착을 하여 보니 걸어서 간다고 하더라도 약 한 시간 정도의 여유는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등록 시간까지 한다면 40분 정도 여유지만,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로 계산을 하여 한 시간 정도의 여유를 무엇을 할까 망설이면서 학교 앞을 향해서 걸어갔다.
건널목을 건너서 학교 쪽으로 향하려던 나의 발길을 잡은 것은 [헌혈의 집] 이었다. 그 동안 헌혈을 하지 않은지가 1년이 넘은 것 같았다. 1년에 반드시 2번 이상으로 마음먹었지만, 일부러 찾아다니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여유 시간도 있고 마침 헌혈의 집을 보았으니, 그냥 지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주저 없이 헌혈의 집의 유리창을 밀고 들어서니, 여대생들이 3,4명 들어와 있었다.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늘 하던 대로 헌혈신청서를 작성하였다. 다 작성을 하여서 제출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이름을 부른다. 접수대에 가서 문진과 확인을 받고 채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손끝에서 채혈을 하여서 혈액형을 확인 하고 적혈구 수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헌혈 가능 판정을 받았다.
채혈대에 올라앉아서 자리에 준비된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따끔하게 주사 바늘이 꽂히고 곧 이어서 간호사는 말했다.
“혈관이 너무 좋아서 주먹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래서 손에 쥐어준 스펀지 조각을 내려놓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 하였다. 속도가 느려서 한 참이나 걸려 열리고 다시 내 사이트로 들어가다 보니 이미 채혈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400cc 주머니가 팽팽해져서 불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나의 블로그를 찾아서 겨우 오늘의 방문객 수를 확인하는 정도에 이미 헌혈은 끝나고, 나는 잠시 쉬는 동안에 간단히 블로그를 확인하고 내려 왔다. 잠시 쉬라고 하는 부탁을 듣고 간단한 과자와 차 한 잔으로 갈증을 풀고 앉아 있다가 나서기로 하였다.
헌혈을 하러 들어간 시간부터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40여분 정도였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내가 어쩜 한 생명을 건지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나는 85년 1월에 적십자중앙혈액원을 일부러 찾아가서 헌혈을 하기 시작 한 뒤로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헌혈을 해왔다. 마음먹기로는 ‘1년에 두 번씩만은 꼭 하자.’ 고 다짐을 하였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혈액원이 보이면 들어가서 헌혈을 꼭 했지만 일부러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는 직장이 경기도이기 때문에 시내에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더구나 이제 정년 퇴임을 하였으니 더더욱 나다닐 일이 별로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보이면 꼭 하기로 한 것이다. 여유 있는 한 시간이 나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까지 22회를 했으니 내가 마음 먹은 대로 30회를 하자면 앞으로 8번이 남아있다. 만 65세까지 밖에 헌혈을 할 수 없다니 이제는 매년 4회씩은 해야 겨우 채울 수 있겠다 싶으니 조급증이 난다. 약속을 했으니 30회는 채워야겠다는 나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
가끔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고마운 여유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