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삼백리 청주사랑 한남금북정맥 5구간 답사는 지난 6일, 낭성면 현암리 수레너미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수레너미 마을은 산성이나 목련공원, 낭성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현암삼거리에 위치한다. 송태호 대장에 의하면 언덕 위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오솔길만 있던 시절 이곳을 지나던 스님 한 분이 장차 이곳으로 우마차가 넘어 다닐 것이라고 말했는데 진짜 길이 넓어지고 우마차가 다니게 되어 마을 이름을 수레너미라했단다.
마을 가운데에 있는 청원군 보호수 6호 느티나무는 청천의 화양동에 기거하던 우암 송시열이 이 마을을 지나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오며, 한남금북정맥선상에 있는 유일한 마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산줄기는 물이 흘러가는 곳을 경계로 나눈다. 백두대간은 동과 서, 한남금북정맥은 한강과 금강으로 물이 흘러가는 능선이 경계다. 수레너미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흘러가는 물은 한강, 남서쪽으로 흘러가는 물은 금강의 물줄기가 된다.
현암삼거리에서 산성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고개가 홍고개다. 볼록한 모양이 홍두께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고개 바로 전 왼쪽 길가에 꽃밭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산으로 접어들면 한남금북정맥 답사 길이 이어진다.
홍고개 옆 등산로 초입에 널찍하게 조성된 묘가 있는데 묘비에 은행장(銀行長)이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써있어 망자의 살아생전 지위를 알린다. 묘비 뒷면에 도연명의 ‘죽은 이를 위하여 부르는 노래’가 써있는데 ‘천년 만년 지난 후에는 그 누가 명예와 치욕을 알리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월오동 목련공원 뒷산까지는 거리가 가깝다. 목련공원 뒷산에서 보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묘지들을 청주 제일봉 선두산이 내려다보고 피반령 등 청주 남쪽의 산봉우리들도 한눈에 보인다. 지관들 사이에 홍고개 주변에 불무혈(풀무혈)의 묘 자리가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어쩌면 이곳 목련공원이 불무혈 자리일 것이라는 송태호 대장의 얘기가 그럴듯하다.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가면 404고지가 나타난다. 404고지의 정상은 줄기가 굵은 나무가 봉분을 뚫고 나와 보기에도 민망한 산소가 지키고 있다. 청주삼백리 회원들과 한남금북정맥 답사를 하며 이런 산소를 심심찮게 봐온 터라 우리나라의 잘못된 장묘문화를 다시 생각해 본다.
404고지를 내려서면 토옥고개다. 예전에는 가까운 곳에 토담집이 몇 채 있는 토옥골이 있었단다. 지금은 복지시설인 현양원과 상당산성의 밖에 있는 산성마을로 가는 갈림길이다.
계속 산길로 직진하면 것대산 활공장이 나타난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과 청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관령 등 전국에서 10여 곳의 옛길을 선정해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문화재청의 발표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지, 바로 앞에서 청주의 옛길인 상봉재 흔적을 없애가며 산성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바로 아래 있는 것대산 봉수터에서 휴지 줍기도 하고 시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이곳은 문의 봉화산과 진천 소흘산을 연결하는 봉수터로 세종대왕이 안질을 치료하기 위해 초정에 머물던 시절에는 행궁에 소식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만 복원공사가 미흡하다.
봉수터의 끝에 시내의 전망과 주변의 풍경이 잘 어우러져 사진촬영하기에 좋은 암석군이 있다. 쉼터로도 좋은 이곳에 패러를 사랑하던 한 젊은이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있어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봉수터에서 상당산성 방향을 바라보면 물이 한강의 남쪽과 금강의 북쪽으로 흐르는 한남금북정맥의 중심산줄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곳에서 산길을 따라가면 가까운 곳에 청주 옛길 상봉재의 중요관문인 서낭당과 옹달샘이 있다.
옛 문화를 사랑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하고 있는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상봉재의 옹달샘과 사라진 서낭당을 복원하는 일이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의 지역문화 사랑은 작년 12월 9일 옹달샘에 아담한 표석을 세워 시민들에게 무심천의 발원지를 알리고 포클레인을 동원하며 오랫동안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제법 규모가 큰 서낭당을 흙 속에 찾아냈다.
서낭당 복원작업을 하고 옹달샘에서 5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암각선정비로 갔다. 길가에 있는 암각선정비는 예전에 이곳이 청주를 오가는 주요 통행로임을 증명한다. 충청병사를 지낸 병사이지열마애선정비ㆍ병사이삼△마애선정비와 충청병마우후를 지낸 병마우후이의장마애선정비가 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병사는 국방과 행정을 관할하며 지방을 다스리던 병마절도사로서 전국에 모두 15명이 있었는데 충청도ㆍ경상좌우도ㆍ전라도ㆍ평안도ㆍ영안(지금의 함경도)남북도에 임명된 7명의 전임관(專任官)을 단병사(單兵使)라 하고 관찰사가 겸하는 겸병사(兼兵使)가 8도에 1명씩 있었다. 또한 병영을 설치하고 그 아래 병마우후를 두어 다스렸다. 암각선정비의 안내판에 써있는 마애라는 명칭은 석벽에 글자, 그림, 불상 따위를 새긴 것을 통칭하는 일반적인 말이다.
상봉재 옹달샘에서 점심을 먹고 상당산성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산성고개가 발아래로 보이는 지점에서 후배 박준영과 윤병학을 만나니 더 반가웠다. 청주시청에서 출렁다리를 만든다니 아래로 차량들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이곳을 마음 놓고 통행할 날을 기다린다.
산성으로 가다보면 조망이 좋은 능선이 나타난다. 이렇게 좋은 곳에 잡목들만 우거져 있어 볼썽사납다. 송태호 대장이나 나는 좋다는 곳이 있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다녀와야 속이 편한 사람들이다. 이곳에 있는 잡목들을 제거하고 진달래 동산을 만들면 상당산성이 꽤 괜찮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한참 나눴다. 볼 것 다본 사람들의 얘기를 누가 들어줄 날을 기다린다.
상당산성 남암문 앞에 도착했다. 참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며 성벽 위에서 추억남기기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비밀통로였던 남암문 위에 서면 공남문과 잔디밭이 내려다보여 상당산성에서 사진발이 제일 잘 받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산성의 둘레에 피어나는 철쭉은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이때쯤이면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로 만들어진 상당산성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 만개했을 철쭉을 바라보며 1주일 후에 있을 제1회 상당산성 철쭉축제를 걱정했다.
나이가 5학년 끝반이라는 여자회원이 힘들어한다. 미호문 앞에 있는 쉼터와 진동문 위에 있는 쉼터에서 잠깐씩 휴식을 취했다. 예전에는 성 주위를 살피며 군사들을 지휘했던 보화정(동장대) 앞에 사람들이 많다. 만개한 철쭉을 배경으로 여자회원들의 추억남기기에 동참했다.
아래에 있는 산성마을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저수지를 거쳐 청주삼백리 회원들을 기다리는 관광버스에 탑승했다. 나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상당산성의 1문화재 1지킴이다. 일정상 공남문을 제대로 보고 오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서 기다리던 아내를 부추겨 다시 상당산성으로 갔다. 철쭉이 한창인 공남문과 김시습 시비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자주 찾는 느티나무 집에서 선지국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주전자 마시며 청주삼백리의 청주사랑 한남금북정맥 5구간 답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