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만드는 지도를 보며

2007.06.01 10:56:00

디지털 세상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며 사람들의 패턴을 바꿔 놨다. 차에 네비게이션을 장착하면 GPS 위성이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주는 세상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건만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행지를 결정하고,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지도보다 좋은 자료가 없다. 지도가 나타내고 있는 기호나 내용을 알아보는 게 독도법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학창시절에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열심히 독도법을 배운 게 도움이 된다. 어쩌면 지도에서 목적지를 직접 찾아보며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작년 4월이었다. 몇 개 시ㆍ도의 관광 지도를 펴놓고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지도마다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엉터리였지만 바쁜 세상에 이런 것까지 관심을 두라고 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신임도가 높은 시ㆍ도청에서 발행한 지도이므로 당연히 오류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독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모두 관심부족이 불러온 결과다.


충북과 이웃하고 있는 **도청에서 발행한 지도에도 오류가 많았다. 다른 도에서 만든 지도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엉터리로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을 글로 알리고,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첫 번째 지도의 문제점 - 아예 그곳에는 ‘금인’이라는 지명과 철도역이 없다.
두 번째 지도의 문제점 - 증평군 밑에 'Chojeong-gun'이라고 씌어있는 영문을 'Jeungpyeong-gun'으로 바꿔야 한다.
세 번째 지도의 문제점 - ‘미천면’이라고 씌어있는 곳은 문의면 미천리가 위치한 곳이므로 ‘미천리’로 바꿔야 한다.
네 번째 지도의 문제점 - ‘북면’은 없다. 그곳은 보은군 회북면이다. ‘북면’을 ‘회북면’으로 바꿔야 한다.

그때 담당자가 ‘바로 수정을 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우연히 **도청에서 최근에 발행한 관광 지도를 보게 되었다.




옛 생각을 떠올리며 수정을 요구했던 부분부터 살펴봤다. 내가 요구했던 대로 모두 수정이 되었다. 일상적인 답변을 하거나, 확인여부에만 관심을 두면 민원인의 옳은 의견도 듣기 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속대로 지도를 수정해준 담당자가 고마웠다.

그런데 **도청의 관광 지도에 오류가 있는 것을 또 발견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잘못된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칭찬하다 말고 누구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잘못을 빨리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내가 본 지도는 분명 발행일이 2007년 2월로 나와 있다. 그런데 올 1월 1일 읍으로 승격해 현재는 시 승격을 꿈꾸고 있는 ‘오창읍’이 ‘오창면’으로 되어 있다. 지난 번 지도에 표기가 잘 되었던 ‘낭성면’이 무슨 이유인지 ‘랑성면’으로 바뀌어 있다.

민원사항은 고생을 하며 요구대로 수정을 해놓고 왜 또 오류를 범했을까? 각 시ㆍ도나 시ㆍ군에서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 분명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더 책임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오류가 없는, 정확한 정보만 제공하는 관광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왜 관광 지도만 그렇겠는가?  지금 이 순간 교육계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작다고 무관심하거나 하찮은 것이라고 방치할 게 어디 있는가? 관심을 두는 만큼 아이들이 밝게 자란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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