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생가터 지나면 만나는 '보탑사'

2007.06.04 21:12:00

충북 북쪽에 위치한 진천은 오래전부터 '생거진천(生居鎭川)'으로 불릴 만큼 살기 좋은 고장이다. 중부고속도로가 가운데를 통과하고 경부고속도가 옆으로 지나가 수도권과도 가깝다.

교통이 발달하며 더욱 살기 좋아진 진천사람들이 여름철에 즐겨 찾는 곳이 연곡계곡이다. 연곡계곡 주변은 삼국시대 신라와 고구려의 국경지대였고, 이곳에서 태어나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들이 많다.


보탑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김유신 생가터는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지만 꽃밭, 너른 잔디광장, 태권도 성지가 있어 쉼터로 좋다. 우물터와 장군의 태를 묻었다는 태령산,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이 쌓았다는 만뢰산 정상의 성터가 신라의 옛 흔적으로 남아있다.

김유신 생가터에서 보탑사까지는 드라이브하기에도 좋고 못미처에 있는 연곡 저수지의 풍광도 빼어나다. 비구니 사찰인 보탑사는 계곡의 끝머리인 연곡리 비선골 보련산 자락의 큰 절터인 연곡사지에 세워졌다.


논에 만들어진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사찰 앞에 있는 수령 300년의 멋진 느티나무(진천군보호수 제4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돌계단을 오르면 쌍둥이 전각인 범종각과 법고각이 맞이하고 바로 앞에 산만큼 높이 솟아 웅장하게 보이는 목탑이 우뚝 서있다.




보련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꽃처럼 사방이 둘러 쌓여있는 이곳에 전통목조건축문화를 재현해 나라의 발전과 통일을 기원하려고 1996년 창건했는데 신라 황룡사 9층탑과 같이 계단으로 이뤄진 목탑이다. 목탑은 2천 년대의 문화재라 할 만큼 쇠못 하나 쓰지 않았고, 탑신의 높이는 108척으로 백팔번뇌를 상징한다.


보탑의 층별 형태를 살펴보면 1층 금당(金堂)은 심주를 중심으로 석가여래ㆍ비로자나불ㆍ아미타불ㆍ약사여래를 모신 본당, 2층 법보전(法寶殿)은 석가세존의 가르침인 8만대장경을 봉안하는 법당, 3층 미륵전(彌勒殿)은 이 땅에 오셔서 새로운 정법 시대를 여실 미륵불을 모시는 법당으로 되어있다.


보탑은 각 층이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밖에서 보면 3층인데 내부는 층간의 반자와 지붕 사이의 공간을 암층으로 둔 5층이다. 각 층에 문을 내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안전을 고려해 평소에는 닫혀있지만 마음씨 고운 스님은 문 여는 것을 쉽게 승낙한다.


아직 신생 사찰이지만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신영훈 대목장이 삼국시대 목탑형식으로 심혈을 기울여 지은 건물이라 국보급 천년고찰로 착각하게 한다. 사찰 곳곳에 예쁘게 피어있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광객과 신도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보탑 오른편의 와불을 모신 적조전을 시작으로 통나무에 너와지붕을 얹은 산신각, 장군총의 모습인 지장전, 부처님이 비구니들에게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영산전 등이 차례로 보탑을 감싸고 있다.

지장전 옆에 작아서 더 아름다운 연못이 있다.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모두 이루어진다던가? 여자분들 몇이 연못 앞에 줄을 서 동전을 던지고 있다. 정확하게 동전을 집어넣은 사람이 있는지 일행들의 환호성이 고요했던 사찰을 깨운다. 그래도 눈총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만큼 너그러운 게 절 인심이다.


보탑사 경내에는 고려 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비(보물 제404호)와 연곡사지 3층 석탑이 있다. 처음부터 비신에 비문이 없었는지 글씨가 닳아 없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백비의 비석에 글자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백비는 말을 닮은 귀부의 머리, 용의 형체를 새겨 장식한 비석의 머릿돌,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 거북의 등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글자가 없는 비라 무자비(無字碑)라고도 불린다.

[교통안내]
1. 중부고속도로 진천I.C → 진천읍 경유 청주방면 → 사석리(천안방면 우회전) → 김유신 생가터 → 보탑사
2. 청주 → 오창(진천방향 직진) → 사석(태곡리 방향 좌회전) → 김유신 생가터 → 보탑사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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