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면서 거리의 전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옷차림을 한 네 명의 무희가 야외무대 위로 올라온다. 진한 화장, 예쁜 미모. 무섭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살포시 웃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이내 달아난다.
꿩의 깃털을 단 붉은 모자, 부채와 방울을 든 손. 기원을 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방울을 왼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친다. 그리고 부채를 활짝 펼쳐든다. 국악 장단에 맞춰 춤이 시작된다. 무당춤이다.
무희들의 춤은 현란하다. 방울을 흔들어대고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돌고 돈다. 사람들은 그 현란한 춤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무당춤, 언뜻 생각하면 좀 괴기스럽고 무서울 것 같은 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음악도 실제 무녀들이 춤을 출 때처럼 오싹한 맛을 주지 않아 구경하는 사람들도 좀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방울 소리도 그리 요란하지 않다.
그런데 왜 무당들은 춤을 출 때 방울을 흔들까. 예로부터 무당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통로구실을 해왔다. 지금이야 무속이 미신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상고시대부터 무(巫)는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인물로 중요시됐다.
이때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전에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춤을 추면서 이들은 긴 장대 같은 것에 방울을 달고 춤을 추기도 했다. 방울은 무당들에게 신기물로써 그들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어릴 때 무당의 춤을 본 적이 있다. 옆집 아주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당을 불렀다. 무당은 춤을 추고 노래인 듯 주문인 듯한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때 엄마의 치맛자락 뒤에서 숨어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솔직히 무서웠다 할까. 그 뒤로 굿판의 징소리가 들리면 가슴을 오므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본 무당춤은 그리 무섭지도 가슴을 오므리게 하지도 않았다. 장단도 국악장단 같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구경꾼들도 신명이 나 손뼉을 치며 구경한다. 무당춤도 이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예술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