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에 있는 하조대는 빽빽한 소나무 숲과 바다풍경,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천년송이 어우러져 옛날부터 경승지로 알려졌다.
하조대는 승용차 몇 대 밖에 댈 수 없는 작은 주차장에서 가깝다. 전통차, 막걸리 등을 파는 카페 '등대'가 오래전부터 절벽 아래 바닷가를 지키고 있다. 카페는 돌 지붕에 쌓인 낙엽들 때문에 더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다. 카페 바로 앞에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쉬지 않고 만들어낸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절벽 위에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육각정이 있다. 고려 말 이곳에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상했던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말년을 보냈다는 정자다.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오는데, 하조대라는 이름도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유래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 이 부근에 하씨 성을 가진 젊은 사내가 살고 있었는데 얼굴이 잘생겨 처자들을 들뜨게 했다. 마침 이웃 마을에 살던 조씨 성을 가진 처자와 마음을 나눈 사이였는데 처자의 하나밖에 없는 쌍둥이 여동생도 이 사내를 사랑했다.
두 처자의 진실 된 애정 앞에 사내는 고민했지만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었다. 자기 딴에는 공평하게 사랑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언니나 동생이 사내를 양보할 수 없듯, 사내 역시 어느 한 명을 선택할 수 없자 하조대로 올라가 파란 바닷물이 하얗게 포말을 만들고 있는 바다로 함께 몸을 던진다. 이렇게 슬픈 사랑이 서린 곳이기에 사내와 자매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불렀다고 한다.
정자에서 바다 쪽으로 수령이 400여 년 되는 노송 한그루가 기암절벽 위에서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바위틈에서 온갖 풍파를 견뎌내고 있는 노송은 양양군 보호수종으로 일부 가지가 염해를 입어 고사하자 최근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이 소나무가 배경이 된 일출 장면이 몇 년 전부터 방송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애국가 화면에 등장하면서 애국송(愛國松)이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천년송으로 불리었다. 정자 오른쪽의 바위에 조선 숙종 때 참판 벼슬을 지낸 이세근이 썼다는 '하조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정자에서 보면 맞은편 절벽 위로 하얀 등대가 보인다. 등대를 만나려면 나무로 만든 10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하조대 등대는 주위가 모두 바위로 덮여있는 무인등대로 밤이면 저절로 불이 켜져 동이 틀 때까지 바닷길을 밝혀준다.
등대에서 보면 남쪽으로 하조대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고, 북쪽으로 성을 연상시키는 기암절벽이 거친 파도를 막고 있다. 하조대 뒤편의 바다 위에 떠있어 한눈에 들어오는 섬이 갈매기가 많이 날아드는 조도(鳥島)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낙서로 지저분한 등대 앞에 '바다는 뭇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의 토대이며 현재와 미래를 위해 소중하게 가꾸어야 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로 시작되는 바다헌장 조형물이 서 있다.
인근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하조대를 한눈에 바라보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하조대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약 2만5000평에 달하는 폭 100m의 모래밭이 1km에 걸쳐 펼쳐지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깊지 않은데다 모래가 고와 가족단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남북이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동해안은 아직 철조망을 쳐놓고 군인들이 통제하는 곳이 많다. 하조대의 등대나 정자도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
[교통안내]
1.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현남 IC → 7번 국도 양양방면 → 하조대
2. 서울(6번 국도) → 양평(44번 국도) → 홍천 → 한계령 → 양양 → 7번 국도 강릉방면 → 하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