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흔히 예향의 도시라 한다. 그리고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라 한다. 실제로 전주 한옥마을 중심엔 전통의 맛과 멋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죽 늘어서 있다. 골목골목마다 은은한 차향이 이는 한옥의 전통찻집이 줄지어 있고, 이곳에선 가야금의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또 매주 주말이면 전통문화세터에서 판소리와 민요, 농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뒤풀이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 그리고 막걸리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돈은 내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시민들과 함께 향유하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허면 전통의 멋이 어우러진 전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아마 비빔밥이 아닐까 한다. 비빔밥 외에도 콩나물국밥 등 유명한 음식들이 있으나 비빔밥에 비할까.
전주여인들의 솜씨와 정성이 만든 비빔밥
그럼 왜 전주비빔밥이 맛이 있고 유명할까? 전통 전주비빔밥은 본래 사골국물을 이용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갖은 나물과 고기, 양념들을 넣어 만든다. 고추장도 일반 고추장이 아닌 꿀을 이용해 만든 고추장을 사용한다. 일종의 양념고추장이다. 이렇게 만든 비빔밥은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 물론 지금은 옛날처럼 모두 사골 국물로 밥을 짓는 건 아니다.
비빔밥에 대한 최초의 문헌기록은 ‘시의전서(是議全書)’란 책이다. 이 책에선 비빔밥을 ‘골동반’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미 지어놓은 밥 위에 여러 가지 찬을 올려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허면 왜 유독 전주비빔밥이 명성이 있는가. 그것은 전주의 지리적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겠다.
전주는 인접지역에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의 산과 드넓은 김제만경평야와 넓은 개펄을 지닌 부안의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다. 이러한 천혜의 지리적 조건은 풍부한 농수산물을 생산해 냈다. 여기에 전주여인들의 맛깔스런 솜씨와 진한 정성이 지금의 전주비빔밥을 최고의 음식으로 만들었다고 하겠다.
앞치마를 두른 비빔밥의 장금이들
전주를 찾는 사람들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꼭 한 번씩 찾아 먹는 음식이 비빔밥이다. 그래서 전주엔 비빔밥 전문점이 많다. 그러나 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 곳은 없다. 내국인이야 입맛 없을 때 집에서 갖은 양념과 나물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 비빔밥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없지만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내국인들도 정통비빔밥을 어떻게 만드는지, 비빔밥에 들어갈 것들은 어떤 것인지, 왜 전주비빔밥이 맛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건 전주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빔밥을 체험하고 그 맛을 보기 위해 ‘전통음식관 한벽루’를 찾는다.
이곳은 전주에 찾는 외국인이라면 꼭 한 번 쯤 찾아 비빔밥 체험을 하고 그 맛을 보고 가는 곳이다. 아이들과 한벽루를 찾은 지난 토요일에도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체험을 마치고 즐거운 표정으로 나서고 있었다. 허나 토요일엔 주로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 전통의 맛도 배우고 그 의미도 알아간다.
한벽루 조리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예(禮)를 차려 인사를 나눈다. 예를 강조하는 것은 바른 마음과 바른 정신으로 음식을 만들 때 음식을 먹는 사람도 그 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생들에게 비빔밥을 만들고 예를 알려준 국은경 선생은 전주비빔밥의 유래와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전주비빔밥은 사골을 고은 것을 밥물로 사용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콩나물도 직접 기른 걸로 사용해요. 이 콩나물은 밥이 뜸들일 때 넣어요. 그리고 여기에 온갖 나물과 육회를 넣어요.”
아이들은 국선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한다. 때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질문도 한다. 가끔 집에서 비빔밥을 해먹기도 하지만 제대로 비빔밥에 대해 알지는 못한다.
“자, 이게 뭔지 아세요.”
“단무지요.”
“(웃음) 단무지와 비슷하죠. 그러나 이건 단무지가 아녜요. 묵이에요.”
“근데 왜 노란 색이에요?”
“이건 황포묵이에요. 전주비빔밥에 꼭 들어가는 것이 이 황포묵인데 녹두로 묵을 만들 때 치자물을 들여 색이 노란 거예요.
그러면서 묵의 사용법에 대해 알려준다. 국 선생의 비빔밥 만드는 방법의 설명과 시연이 끝나고 아이들은 4명씩 한 조를 이루어 비빔밥을 만든다. 도라지 오이 같은 것은 들기름에 소금을 넣어 데치고, 고사리 버섯 같은 것은 색채가 있는 것은 간장을 넣어 데친다. 이때 꼭 생강을 조금씩 넣어 맛을 더한다.
아이들은 비빔밥을 즐겁게 그러면서 진지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든 밥은 비비기 전에 누가 예쁘게 더 정성스럽게 했는지 품평을 받는다. 1차 품평회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비비는 시간. 요 마지막 과정을 잘 해야 한다. 비비면서 들기름의 양과 고추장의 양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그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식 시간. 출출한 점심시간의 비빔밥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사라진다. 물론 맛 품평은 강사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한 입씩 먹어가면서 한다. 아이들은 서로 잘 봐달라며 아양을 떨며 입에 넣어준다.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이 만든 비빔밥을 먹으며 서로 맛있다며 격려한다.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경쟁하면서도 행복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모두들 하루의 짧은 시간이지만 비빔밥의 장금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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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만들기
재 료
- 쌀 200g, 콩나물 50g, 호박 50g, 오이50g, 당근40g,
도라지 30g, 고사리 30g, 표고 1장, 무생채 20g, 황포묵
1쪽, 소금, 간장, 식용유, 참기름, 깨소금, 마늘
만드는법
밥짓기
1. 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30분정도 불인다.
2. 불린쌀을 냄비에 넣고 밥을 짓는다.
3. 뜸들일때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아놓는다.
4. 뜸을 들인 밥을 고루 섞어 놋그릇에 담는다.
나물 만들기
1. 오이, 호박, 당근 - 5cm정도로 자른 후 돌려깍기 하여 0.2cm로 채썬다.
2. 도라지 - 1) 밀대로 밀어 연하게 만든 후, 소금에 절여놓 는다.(쓴맛제거)
2) 절여진 도라지는 물로 소금기를 없앤 후, 5cm로 자른다.
3) 손으로 찢어 놓으면 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3. 고사리 - 끝을 가지런히 놓고 5cm로 자른다.
4. 표고 - 물에 불린 후 채썬다.(두꺼울 경우 사선으로 편썬 후, 채썬다.)
5. 황포묵- 1cm두께로 썬다.
볶기
1. 오이, 당근 -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금으로 간하여 볶 아낸다.
2. 호박, 도라지 -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금, 깨소금, 마늘 을 넣고 볶아낸다.
3. 고사리, 표고 -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간장, 깨소금, 마늘 을 넣고 볶아낸다.
4. 황포묵 - 딱딱하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말랑하면
그냥 사용한다.
소금, 참기름으로 무쳐놓는다.
마무리
1. 밥 위에 색색의 나물들을 보기좋게 올려놓는다.
2. 중앙에 달걀노른자와 약고추장(볶음고추장)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