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만이라도 실컷 놀게 해주자

2007.07.26 21:06:00

놀다보면 시간은 잘 가게 되어있다. 여름방학을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주일이 지났다. 시간만 나면 노는데 열중하는 아이들이 5주의 방학 중 벌써 1주가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할리 없다.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생활이 즐겁다. 세상살이 아이들만큼 신나고 즐거울 수 있을까? 그래서 똑같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쓰는 시간이 더 알차 보이고, 아이들의 시간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보지 못해서일까?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이라서 그럴까? 방학 때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익히 경험했으면서 우리 반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강명희의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에 나오는 아래의 글을 음미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교과서이다. 원 없이 놀게 하라. 유아기 아이들의 경우 식물농원, 동물원, 각종 생태 자연학습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게 좋다. 비록 즉각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어린 나이에 외우고 쓰는 학습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싫증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맘껏 뛰어놀면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다.》

방학하던 날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나 신이 났으면 다시는 학교에 오지 않을 것처럼, 다시는 선생님도 보지 않을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서운하게 했다.

하지만 며칠 후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를 그리워한다. 친한 친구나 담임교사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원 없이 놀게 할 학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부모에게는 아이를 놀게 한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두려움이다. 그런데 어떻게 원 없이 놀도록 내버려두겠는가?

방학기간을 이용해 어학연수를 떠나는 아이들로 공항이 북새통이란다. 우리나라 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슨 외국어 공부냐고 손가락질 하거나 외화 낭비하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눈꼴사납게 쳐다볼 일이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고, 우리 사회가 그런 분위기로 몰고갔다.

국가차원에서 수준 높은 어학시설을 갖춰주면 굳이 돈 내버리면서 외국까지 나갈 이유가 없다. 집 주변에서 외국어를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여야 한다. ‘벼는 어떻게 자라고 닭다리는 몇 개인지’를 알고, ‘감자를 캐서 불에 구워 먹어보고 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또래끼리 어울리게 하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면 정말 잘 노는 게 아이들이라는 것을 학부모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본인의 계획표에 의해 그동안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산교육을 체험하게 해야 하고, 어쩌면 그게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더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도 학부모들은 안다.

방학은 학업을 중단하고 무작정 노는 기간이 아니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느라 방학이 더 바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자식 사랑이 지나치면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경쟁하고, 스로 불안을 자초하며 여유를 잃게 되어 있다. 학부모로서 어려운 일이겠지만 방학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이 실컷 놀게 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구속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번 방학기간에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줘야 한다. 자연의 품에서 건강한 꿈을 키우도록 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방학생활을 계획하는데 조언자 역할을 하는 학부모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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