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말 많고 탈 많았던 교육청 혁신평가를 위한 혁신지수 입력이 7월 20일에 끝냈다.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5일간 지수입력을 하면서 느낀 혁신평가에 대한 유감을 몇 가지 토로하고자 한다.
우선 글을 이끌어 가기에 앞서 혁신지수라는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2005년 행정자치부가 개발한 정부혁신지수(Government Innovation Index)는 공공부문의 혁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 있는지 진단하기 위한 도구이다. 정부혁신지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조직이 자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혁신시키는지를 다양한 영역에서 점검하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표이다.
이 지수를 통해 각 공공조직은 자신의 혁신수준과 취약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지수 측정의 전반적 결과를 통해 혁신발전 추세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혁신활동 특성과 차이 등을 파악함으로써 국가의 혁신전략 수립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학생으로서는 각종 평가에 따른 성적표라 할 것이다. 교직원들에게는 근무평정(유명무실해서 사용가치가 거의 없지만)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긍정적인 자기발전에 필요한 혁신수준 진단에 대해 리포터는 왜 유감을 가질까?
첫째, 계량화된 실적위주의 평가로 인하여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
행자부에서 추진하는 혁신평가 항목 중에서 일례를 든다면, 기관장이 혁신관련 회의를 몇 번 주관하느냐, 직원들과 몇 번 만나느냐 하는 식의 질문이 있다. 그나마 이보다 더 심한 질문이 작년에 있어서 담당자들이 항의하여 조금 순화되었다는 것이 이 모양이다. 이런 질문에 응답하려면 곧이곧대로 몇 번이라고 입력할 수는 없다. 평가가 3년 정도 진행되다 보니 많이 해본 사람들은 노하우가 생겨 몇 회 이상 입력하면 좋은 점수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무조건 많이 넣고 그에 합당하게 적당히 자료를 조작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혁신수준 진단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둘째, 정작 혁신이 추구하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평가에 몰두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교육부에서는 혁신평가에 따른 예산을 차등지급하기 때문에 교육감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심을 업무담당자들이 그대로 받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혁신을 추진하여 업무가 줄어들고, 업무 추진절차가 감소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없진 않으나 더 많은 부작용이 파생되어 혁신 거부감이 팽배해 있다. 평가를 위한 자료수집이 되다 보니 업무담당자에 대한 닦달로 인한 직원간 불협화음, 실적위주의 업무처리로 인한 부작용 등은 단적인 예다.
셋째,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하는 정부의 지시일변도 혁신추진과 평가로 단위학교의 호응이 부족하다.
지역교육청에 근무하다 보니 본청의 혁신지침을 받아 학교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학교 교직원 얘기를 들어보면 불평불만이 한 둘이 아니다. 어려운 단어로 도색된 공문과 학생 가르치는 본연 업무와는 관계없는 여러 가지 거창한 내용들로 인하여 혁신에 대해 더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혁신부서 없어지는 것이 혁신이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한다. 업무담당자로서 일정부분 공감하는 얘기다. 교육이라는 것이 단기간의 혁신추진으로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그러한 것을 내놓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일을 어렵게 만든다. 얼마 전 가짜 학위로 인한 파동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는데 그 내면에는 알찬 고갱이 보다는 겉만 번지르한것을 추구하는 잘못된 체면문화가 만들어낸 허상들일 것이다. 이러한 일이 지금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로 혁신평가는 마지막이다. 정부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겉치레만 강요해서 부작용이 발생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