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소년 자살 예방대책 실효성이 먼저

2026.06.15 09:10:00

계속되는 10대 청소년의 자살 증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비상 신호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자살 예방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학교 안의 상담이나 개별 교사의 관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적 대응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대책이든 그 성패는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청소년 자살은 학업 스트레스, 가정 불화, 또래 관계, 디지털 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학교가 중요한 안전망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들의 삶 전체를 붙들 수는 없다. 가정과 지역사회, 의료기관, 상담기관, 플랫폼 사업자까지 함께 움직이는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위기 학생을 발견하고 돕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많은 역할을 맡기면서도, 정작 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면 대책은 오래가기 어렵다. 위기 학생을 돕기 위한 정당한 개입이 민원과 신고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교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학생을 살리려면 교사도 지켜야 한다. 교원의 책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학교의 대응력도, 학생 보호도 강화될 수 없다.

 

상담 인력과 전문기관 확충도 시급하다. 위클래스와 위센터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 학교가 적지 않은데, 마음건강 교육과 선별검사, 사후 회복 지원까지 모두 학교에 얹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상담교사 배치 확대, 의료·상담기관 연계 간소화, 고위기 학생 지원 절차의 명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자살 예방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일상에서 시작돼야 한다. 아이들이 실패를 견디고, 도움을 요청하고, 관계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경쟁과 성과만을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에게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주는 일 역시 교육의 중요한 책무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더 이상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 대책은 출발점일 뿐이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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