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카펫공장에 가기 싫어요

2007.08.17 08:32:00

 

우리가 보통 아이들을 떠올리면 해맑게 웃는 모습일 것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도 가고, 극장도 가며 즐겁고 밝게 웃는 모습, 그게 일반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아이들이 아닌 가난과 돈 때문에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부모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는 초콜릿은 불법 매매된 어린들의 슬픈 눈물이고, 부잣집 거실에 깔려있는 고급 카펫은 부모에 의해 팔려간 아이들의 고통과 절망의 눈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어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 농장에서 무임금과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어린이들의 노동의 결과물이다.

아직도 어린이를 착취하는 나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실제 지구상에는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고통 받고 눈물짓는 어린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슬픈 현실이다. 그 슬픈 어린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쓴 작품이 <카펫을 짜는 아이들>이다.

이 책은 어두운 카펫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에 의해 카펫 공장에 팔려가 탈출하는 네메쿠의 이야기. 카펫 공장에 노예로 팔려와 배가 고파 당나귀 똥에서 썩지 않은 통보리를 주워 먹다 감독관에서 쇠사슬이 박힌 채찍으로 죽도록 매를 맞는 라조우, 어릴 때 카펫 공장에서 일하다 등뼈가 휘어 해산날 아이를 낳으려다 목숨을 잃은 카이예와 그녀의 남편 아사도우의 이야기.

이 두 개의 짧은 이야기 속엔 이란의 카펫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저 눈으로만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카펫공장에 가기 싫어요

네메쿠의 아버지 야돌라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가장이다. 어느 누구를 속이거나 해코지한 적도 없다. 그런 야돌라에게 대령 집 하인인 압둘라는 온갖 횡포를 부린다. 이웃에게 빌린 당나귀를 태워 죽인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야돌라에게 전가한다. 마을의 촌장도 압둘라와 한통속이 되어 야돌라에게 당나귀 값을 물어내도록 판결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항변을 하지 못한다. 부쳐 먹을 땅 조각이라도 얻지 못할까봐 두려워서다.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자들의 비열한 꼼수는 있는 가 보다. 주민들은 헐벗고 굶주려도 권력을 가진 자와 부를 가진 자는 없는 자들을 계속해서 핍박하고 그것을 즐긴다. 책 속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두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정약용의 시에 언급된 것처럼 조선 후기의 비참한 백성들의 삶과 60, 7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애쓰던 우리 농촌의 모습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봄은 행복한 계절이 아니다. 겨우내 먹고 남은 양식이 봄이 되면 거의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에 차고 넘치는 것이라고, 흐르는 물의 거품과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뿐이다.”

이러한 실정은 결국 아이들을 노예와 다름없는 곳으로 팔려가게 한다. 결국 야돌라도 당나귀 갑을 갚기 위해 어린 아들 네메쿠를 팔아 카펫공장에 보낸다. 어린 네메쿠는 “카펫공장에 가기 싫어요.” 하며 울부짓지만 결국 거간꾼에 끌려 이웃 마을에 있는 카펫공장에 들어간다.

지옥보다 못한 카펫공장

그럼 카펫공장은 어떤 곳인가. 그곳은 지옥보다 못한 곳이다. 아이들의 기운을 다 빨아먹고 녹초를 만들어 버린 곳이다. 아이들을 절망의 어둠 속으로 가두어 놓은 곳이다. 삶의 희망이라곤 손톱의 때만큼도 찾을 수 없는 곳이다.

“핏기 없는 검은 손가락들이 씨줄과 날줄을 자아당기고 묶고 매듭짓고 하면서 피어 있는 꽃이나 놀라서 달아나는 사슴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어두컴컴한 반 지하실의 카펫공장. 먼지와 실밥들이 떠다니는 실내엔 작고 여린 손들이 실을 잡아당기고 묶는다. 도마뱀처럼 실타래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은 큰 숨 한 번 쉬지 못한다. 음습하고 어두침침한 방에서 아이들은 필요한 색깔의 털실을 찾아 눈동자를 굴린다.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감독관의 쇠사슬 채찍이 여지없이 여린 등짝을 후려친다. 그렇게 감독관의 더러운 욕설과 매질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로 피어난다. 네메쿠도 그런 카펫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지만 눈물로 보낸다.

그곳에서의 잠은 털실조각이 들어있는 자루 안이다. 감독관은 아이들이 도망갈까 봐 끈으로 목을 묶어 놓는다.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현대판 노예의 모습이다. 이란의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착취를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펫을 만들어낸다.

꿈을 앗아간 카펫공장

네메쿠는 결국 카펫공장에서 만난 사파루와 공장을 탈출하지만 사파루는 죽고 만다. 이때 사파루의 나이는 겨우 아홉 살이다.

또 다른 아이 라조우. 라조우는 늘 배가 고프다. 보리빵 몇 조각으로 고된 노동을 견디기가 어려워 틈이 있으면 마구간으로 숨어들어간다. 그곳에서 당나귀의 똥을 뒤적이며 아직 소화되지 않은 통보리를 주워 먹는다. 그것도 게걸스럽게.

그러다 감독관의 정원에 있는 석류 한 알 따먹으려다 발각되어 죽을 때까지 쇠사슬 채찍으로 얻어 맡는다. 단지 석류 하나 때문에. 그렇게 죽도록 얻어터진 라조우는 그날 밤 탈출하지만 결국 도로 잡혀온다. 탈출에 대한 희망마저 그에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사도우와 카이예. 두 사람은 부부다. 아사도우의 희망은 카이예가 무사히 아이들 낳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예는 아이를 낳다 아이와 함께 죽고 만다. 너무 어릴 때부터 카펫공장에 일을 하여 등뼈가 굽어 아이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카펫을 짜는 아이들>. 이 속엔 고통과 눈물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어른들이 곱고 화려한 카펫에 앉아 즐기며 차를 마실 때 지구촌의 한 쪽에선 수많은 아이들이 돈에 팔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아이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릴 기본적인 권리마저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어른들의 탐욕이란 괴물이 꿈틀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 현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