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2007.08.28 13:25:00

 교육이 해를 거듭할수록 수요자 중심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위상이 점점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상황에까지 접근하고 있는 느낌이다. 교사 중심의 교실 교육이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자질과 태도에 따라, 진로 적성 검사를 토대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고는 쉽다고 하지만 지방에 소재한 대학이라 꺼리고,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라 점수가 낮아 갈 수 없어도, 서울에 가까운 대학을 먼저 선택하고 학과를 뒤에 결정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적성 교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고교 현장이라고 하면 그 누가 부정할까?

대학 레벨이 학생의 학과를 결정한다

아무리 적성이 자신의 위상에 어울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대학의 레벨을 중시하는 한국 학부모의 유교 관념이 변화를 거듭하지 않는 한, 지방 대학에 꽤나 좋은 과가 설강되어 있더라도 우수한 학생이 쉽게 선택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문화 집중화, 권력의 중앙집권화, 유수 대학의 서울 집중, 각종 편의 시설의 서울 집중은 배움을 갈망하는 학도들의 서울 집중을 불식시키기에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예를 들어,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서 국회도서관 자료를 받으려고 한다면 책상머리에서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전자 시스템이 인터넷을 통해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전자 서비스가 잘 되고 있다고는 하나 전문 분야로 가면 갈수록 아직도 대형 도서관과 서점을 찾지 않고서는 자신의 논문을 소화해 내기에는 지방에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례일 것이다. 하물며 고교 현장에서 대입시 준비에 열을 올리는 바탕에는 이들이 원하는 학과에 입학시키기보다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을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많이 입학시켜 학교의 위상 정립에 더 많은 혈안이 돼 있는 것도 현장 고교 교육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졸업에 임하여 선택의 방향을 찾고자 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적성을 잘못 찾아 갈팡질팡 하면서 후회를 하는 것도 고교 현장에서 진로 교육이 낳은 비극의 한 토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도 살리고, 고교 현장에서도 학생의 행복을 위한 영역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교등급제를 시행하여 고교 등급에 따른 내신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넓혀 주는 길을 만들어야 하고, 부실 대학에는 정부의 지원을 과감하게 줄여 건실한 대학만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경쟁체제를 교육부는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적성에 맞는 학과 선택은 지속적인 계도로

대학 수시 학기만 되면 각종 지방 대학에서 새롭게 설강되는 학과를 소개하는 팜플렛이 3학년 진학실을 가득채우곤 한다. 그렇지만 그런 좋은 학과를 소개하려고 해도 우수한 성적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지방에는 눈을 돌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 교사 자신도 그런 곳으로 학생을 보내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한몫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고교 현장에서는 이런 새롭게 설강되는 전망있는 과에 지속적인 계도로 적성에 맞는 우수한 학생을 보내는데 앞장서야 하고, 대학 당국도 이런 학생에 대한 장래를 보장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는데 다양한 채널을 강구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에 지방대학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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