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이 넘치고 행복을 맛보는 명절이어야

2007.09.26 22:55:00

추석은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다. 이맘때가 되면 서늘한 가을철로 접어들어 무더위도 물러가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요의 계절답게 넓은 들판과 산이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 절기로도 명절 중 최고다.

산업의 발달로 가족간에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게 현대사회다. 어쩔 수 없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친구,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고향을 찾고 가족이 모여 화목을 다지는 명절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쩌면 각박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선물을 사들고 고향이나 친척을 찾아와 정을 나누는 그 자체가 현대사회의 행복이다.

긴 연휴 동안 여행지로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나 관광지가 붐비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려드는 차량으로 도로가 막혀도 해마다 고향으로 향하면서 궂은 날씨 때문에 보름달을 못 볼까봐 걱정을 한다.

그런데 좋은 일만 많아야 할 명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매스컴에 소개된 사례들을 훑어보면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시댁 방문 문제로 부부간 갈등이 악화돼 이혼을 하고, 부모자식과 형제간에 재산싸움을 하며 의를 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댁의 어른들에게 용돈을 드리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고, 추석에 시댁을 가지 않겠다는 부인을 폭행하고,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음식을 차리고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맏며느리여서 명절 때마다 친정에 가지 못하는 불만이 폭발한다. 문제는 그 끝이 폭행, 고소, 이혼의 수순을 밟으며 가족해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웃과 다툼하는 자신을 제지하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라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시댁과 친정 어디를 먼저 갈 것인지를 놓고 말다툼하다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고, 형제간에 재산문제를 놓고 싸우는 사고도 잇따른다. 인정이 메말라 사소한 일들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늘어나는 일 때문에 명절 때면 어김없이 명절증후군이 찾아오고, 명절이 끝나면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많다니 문제의 심각성을 다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올 추석에는 우리나라 유교의 본산이자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있는 성균관에서 사회적인 추세를 인정하며 남성도 가사 일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그나마 다행이다.

즐거워야 기분이 나는 게 명절이다. 그래서 명절이 걱정스러운 주부나 명절 때마다 서로 반목하는 형제들에게는 오히려 불행한 날이다. 혼자 일하느라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당기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누구든 시집살이를 원망하게 되어있다.

요즘 같이 다양한 사회에서는 아랫사람이나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앞서야 한다. 조금씩 거들어주고 부족한 면은 서로 감싸주는 이해가 필요하다. 시댁과 친정을 동등한 관계에서 바라보는 지혜로 즐거운 명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여자들이 의무만 강요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절이 돌아오는 것을 원수처럼 여기지도 않고, 명절 때마다 일부러 휴일근무를 자청하는 직장 여성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가족간에 화목이 넘치고 고향에서 행복을 맛보는 명절이 될 수 있다. 명절을 즐겁게 보내려면 학교나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효와 우애에 대한 교육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져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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