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골대가 사라지는 이유를 매스컴에서 집중적으로 방송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도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아야할 운동장에 축구골대나 철봉 등 학생들이 사용할 체육시설이 부족한 학교가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부산의 경우 표본 조사한 61개 학교 중 33개 학교의 운동장에 축구골대가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부터 아이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운동을 꼽으라면 단연 축구다. 그렇다면 축구골대가 없는 학교의 운동장을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일부의 학교지만 축구 금지령을 내려 축구공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단속하는 학교도 있었다. 보수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안전사고를 막는다는 게 축구골대를 철거한 명목상의 이유였지만 축구 붐이 일어나면 학습능률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나친 걱정이 진짜 이유였다.
골대 등의 시설을 포함해 축구장과 농구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는 ‘초등학교 체육장(운동장) 설비 기준’을 따지지 않더라도 운동장에서 체육시설물이 사라지고,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마저 없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는 과학실이나 체육관에 밀려 운동장 없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뉴스거리다. 9월 26일 YTN 뉴스에 의하면 서울의 한 학교는 디귿자형 건물 사이에 둘러싸인 운동장의 길이가 30m 60㎝이다. 대각선으로도 39m 30㎝ 밖에 되지 않는다.
도회지의 신설학교일수록 운동장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일정한 면적에 과학실과 급식실, 인라인 스케이트장이나 체육관 등을 시설하고나면 운동장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목적이 다르지만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이 운동장에 포함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놀며 자라야 한다. 그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학교 운동장이다. 그런데 운동장이 줄어들고, 운동장에 있어야할 체육시설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해마다 열리는 소년체전 종목에 100m 달리기가 있다. 하지만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이 없다. 5학년부터 실시하는 체력검사 100m 종목이 50m로 바뀐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농촌학교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러고 보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도원분교장의 아이들은 복이 많다. 학생수에 비해 넓은 운동장이 있고, 운동장에 각종 체육시설물이 갖춰져 있으며, 하루 종일 뛰놀아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환경만 좋으면 그냥 저희들끼리 내버려둬도 잘 자라는 게 아이들이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신체적으로 활동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 쉬는 시간만 되면 동장으로 뛰쳐나가는 우리 반 아이들의 뒤꽁무니에서 행복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