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야

2007.10.28 20:52:00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론 우는 아이들이 있다.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곪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 상처의 요인을 보면 아이들의 잘못이기 보단 어른들의 잘못이다. 무관심이다.

그 상처 속엔 엄마를 잃은 아이들의 상처가 가장 크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각들이 변하고 그에 따라 부부의 헤어짐은 일상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처를 입고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연약하고 작은 가슴에 커다란 축구공만한 구멍을 내고 살아가고 있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아이들은 때론 이탈의 행동을 한다. 그리고 문제아란 이름으로 어른들에게 낙인찍힌다. 그래도 아이들은 똑같은 행동을 한다. 빈 그리움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다.

같은 아픔을 가진 밴드 마녀 은수와 빵공주인 공주

초등학교 6학년인 은수는 밴드마녀라는 별명을 가졌다. 자신의 몸 여기저기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습관처럼 밴드를 붙이고 다녀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은수가 이런 이상한 버릇을 가지게 된 것은 엄마와 헤어져 아빠와 새엄마 집에서 살게 되면서부터다. 본래 활발하고 사랑스러웠던 은수는 아빠와 함께 살면서 비뚤어지고 고집 세고 사고뭉치 아이로 변해간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계모의 구박 때문에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자신의 존재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늘 새엄마의 딸인 준희 언니에게만 관심을 쏟는다. 은수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이다. 은수는 아빠와 한 집에서 살지만 이방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은수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말이다.

“너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야. 이제 밴드 붙였으니까 안 아플 거야. 너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근데 난 아직 죽기 싫어. 하고 싶은 게 많단 말이야. 수학여행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할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죽으면 안 돼!”

세상에 환영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죽고 싶다 우는 은수에게 유일한 친구인 공주(빵공주)는 은ㅅ이 가슴에 밴드를 붙여주며 죽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 속 상처를 안아 준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빵공주도 엄마가 없는 아이이다. 아빠와 늘 다투던 엄마가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엄마를 못 본 지도 오래됐다. 빵공주란 별명은 빵이고 밥이고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댔기 때문이다. 집 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며 늘 먹는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도 웃으며 먹는다. 그렇게 먹어야 공주는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처럼 자꾸 먹는 것은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래. … 네가 밴드 자주 붙이는 것도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것 같아.”

아이들이 자신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어른들과 다르다. 매끄럽지가 않다. 울퉁불퉁하고 모가 나고 상처 난 돌멩이와 같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 모나고 상처 난 마음을 바라보지 못한다. 울퉁불퉁 모난 것만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욱 작아지고 거칠어진다.

사실 은수가 밴드를 몸 여기저기 붙이고 다니거나, 공주가 빵이며 과자를 잔뜩 먹어대는 행동은 알고 보면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겉으로 드러난 아이들의 문제점에만 집착할 뿐 자신들의 어떤 행동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엔 관심이 없다.

어른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목말라 하는 아이들

주변에 조금만 눈을 돌리며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목말라하며 외로움과 싸우는 아이들이 많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무서움에 떨며 우는 아이들도 있다. 때론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작자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동화 속에서 보여주며 어른들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밴드마녀와 빵공주>는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울음소리가 담겨있다. 평소 어린이의 일상과 심리를 다루었던 글을 썼던 작가는 그런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아이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을 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몰래 숨어 혼자 우는 어린 마음들에게 손을 내민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위로를 주고 또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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