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서부지방의 젖줄이라 불릴 만큼 청주분지 등 곡창지대를 끼고 충청남도 연기군까지 흘러가 금강 상류에 합류하는 하천이 미호천이다. 그런데 미호천에 대한 조사가 부족해 소개된 곳마다 발원지가 다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미호천의 발원지를 음성군 생극면과 충주시 신니면을 경계하고 있는 부용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장은 부용산은 한남금북정맥의 주능선에서 벗어나 미호천의 발원지가 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산줄기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생긴 오류라고 지적한다.
송태호 대장과 청주삼백리 회원들 몇이 미호천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마이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청주에서 진천까지는 쌩쌩 신나게 달렸지만 물줄기를 만나면서부터는 지도를 봐가며 미호천의 물길을 제대로 공부하는 답사였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에서 제법 넓은 물길을 만났다. 그 끝에 있는 합수머리의 좌측 물줄기는 칠장산에서 발원한 칠장천이고 우측 물줄기는 망이산 옹달샘에서 발원한 성산천이다. 성산천을 따라 음성군 대소면을 지나다보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다리들이 연달아 나타난다. ‘작은내’ 등 하천과 관련된 부락 이름도 있고 철새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인다.
마이산에서 발원한 물이 호수를 이룬 양덕저수지를 만난다. 바로 앞에 보이는 마이산이 양덕저수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한다. 철새들이 떼를 이루어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좌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을 닮아 평화로워 보인다.
가까운 곳의 언덕에서 중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가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을 구분하는 도계 화봉육교다.
어느 곳이건 도계에는 자기 지역을 알리기 위한 시설물이 많다. 여러 가지 표지판이 오히려 주변 지역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뜬금없이 곳곳에 널려있는 표지판만 정비해도 도로의 풍경이 한층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리 아래의 고속도로는 휴일이라 차들이 꼬리를 물고 쌩쌩 달린다.
고개를 넘어가면 내리막길에 우측으로 마이산과 매산사 가는 길이 있다. 매산사까지 찻길이 연결되지만 급경사가 많아 차량으로 오를 경우 주의가 요망된다. 구불구불 고갯길의 경치가 아름다워 밑에서부터 걸어가는 게 좋다.
마이산의 다른 이름이 망이산과 매산이다. 매산이라는 산의 이름과 관련이 있을 매산사는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골바람만큼이나 써늘하다. 매산사의 위치가 마이산 정상 부근이라 망이산성과도 가깝다.
음성군 삼성면에서 설치한 안내판에 ‘이곳 약수터는 삼국시대 망이산성 병사들의 급수시설이었으며 명주실 타래가 수십 척이나 풀려들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약수터 자리였다는 버드나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파란 통에서 물이 나온다. 약수터를 메우는 과정에 물구멍의 위치가 바뀐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여러 가지 정황상 이곳이 미호천 발원지가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더 정비의 필요성을 느꼈다.
해발 472m의 마이산은 원래 망이산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산의 높이에 비해 산세가 가파르고 험하지만 정상에 넓은 분지가 있다. 이 분지를 에워싸고 있는 산성이 망이산성이다.
충북 기념물 제128호인 망이산성은 흙으로 쌓은 내성과 돌로 쌓은 외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성의 총 길이가 약 2㎞에 달하고 내성의 중앙부에는 봉수대가 있다. 성벽을 돌출시킨 치성이 5곳 확인되었고 5개의 문터가 남아 있다. 지금 발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마이산에서 정상을 알리는 표석을 3개나 만난다. 2개는 충북 음성군에서, 1개는 경기도 일죽산우회에서 세운 것이다. 지방자치 시대가 되며 서로 자기 지역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경계선상에 있는 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이다.
일죽산우회에서 세운 표석이 서 있는 자리는 정상이 아니다. 정상 표석이라기보다는 ‘마이산전망대’를 알리는 표석이라야 맞는다. 세운 사람 이름이 써 있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조선시대 말기까지 봉수대가 있던 마이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 부근과 저수지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바로 부산 동래에서 시작하여 경주-영주-영동을 거쳐 음성 가섭산에서 오는 직봉과 남해 금산에서 출발하여 합천-금산-영동을 지나 진천 소을산으로 올라오는 간봉이 모여지는 봉수길의 요지였다.
미호천 발원지와 함께 봉수터를 정비하고 봉수대를 복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바로 옆에 있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정상에 올라온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발원지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마이산의 품안에 있는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 동리마을을 들렸다.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있는 집이 보여 마이산에 관해 몇 가지 물어보려고 들렀는데 소주에 찌개 안주까지 준다. 오랜만에 길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시골인심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