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네가 살아 있어서 행복했단다

2007.12.04 21:21:00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장애아를 키우지 않은 부모는 장애아를 두고 있는 부모의 마음 또한 알지 못한다. 정상인은 장애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그 일부분일 뿐이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종류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과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장애를 입은 사람은 늘 고민 속에 살아간다.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그렇다고 아파하는 마음을 이해하려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온 가족의 문제가 되고 만다. 마음대로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 대소변도 늘 가려주어야 한다.

내 조카아이도 그랬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제 열두 살인 조카아이는 혼자 힘으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연필 힘겹게 잡고 글씨를 쓰든가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가족들은 감사하며 살아간다. 아직은 연필을 쥘 근육이 있고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연필도 언제까지 쥘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잃어버린 우산’으로 잘 알려진 가수 우순실 씨의 이야기인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는 내게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순실 씨의 아들인 병수 죽음은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는 내 조카아이와 오버랩 되어 하나의 창으로 다가왔다.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고정욱 글)는 창작 동화가 아니라 다큐 동화이다. 태어날 때부터 뇌수막염이라는 병을 얻어 중증장애인으로 십삼 년 동안 살다간 병수의 이야기다. 작가는 병수와 엄마의 이야기를 민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빠인 병수는 말을 하지 못한다. 혼자 일어나 앉지도 못한다. 늘 방안에 누워 지낸다. 병이 악화되면 병원에 실려 간다. 그런 병수에게 엄마는 모든 관심을 쏟는다. 어린 민지는 그런 엄마가 밉고 그렇게 만든 오빠가 밉다. 그러나 엄마는 민지에게 이해하라고만 한다.

“민지야, 오빠가 오래 살지 못할 텐데, 우리랑 함께 사는 동안에 행복하게 잘 살다 가게 해 주면 좋잖아.”
“오빠가 귀찮아도 항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돌봐 주고 참아 줘야지.”

엄마는 민지에게 늘 이런 식이다. 그때마다 민지는 알았다는 대답을 하지만 불만이다. 더구나 아빠마저 사업을 하다 부도 맞아 중국에 피신해 있어 누구하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민지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오빠가 죽었다는 전화다. 오빠가 마지막 길을 떠나는 날 민지는 오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써 오빠의 관 위에 올려놓는다.

“오빠, 처음으로 오빠에게 편지를 써.
오빠가 살아 있을 때 쓰지 않고 죽은 다음에 쓰개 되어서 미안해. 오빠가 글을 모르니까 그런 거야.
……. 오빠. 미안해. 그동안 오빠 구박하고 괴롭힌 거 정말 미안해. 이제라도 잘 하고 싶지만 오빠가 하늘나라에 가버려서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 오빠는 이제 천사가 되었을 테니까.”

오빠인 병수를 떠나보내며 엄마 품에 안겨 엄마와 울던 민지는 이렇게 결심한다.

‘엄마가 우산을 잃어버렸으니까 이제 내가 엄마의 우산이 되어 줄 거야.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를 꼭 지켜줄 거야.’

민지 엄마에게 우산은 ‘어~어~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 병든 병수였다. 그러나 이제 엄마에겐 그 우산이 사라진 것이다. 민지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자신이 엄마의 우산이 되어주고 지켜주겠다는 갸륵한 마음을 가진 것이다.

작가도 말하고 있지만 이 세상에 장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세상을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 장애라는 멍에를 뒤집어쓸지 모른다. 그만큼 장애는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한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쓴 작가 자신도 장애를 안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을 보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같은 장애아를 다룬 글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의 글은 슬프지 않다. 슬픔 속에, 아픔 속에 따스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글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한 엄마의 아픔과 사랑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오빠(병수)에게 엄마의 사랑을 다 빼앗겼다고 늘 불만인 민지 또한 오빠의 죽음 앞에서 오빠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눈물로 표현한다.

그리고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던 우순실 씨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네가 살아 있어서 행복했다.’고. 또 아무런 장애가 없는 하늘나라에서 많이 행복하기를 간구한다. 사랑했던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편지 한 부분을 보자.

“아, 병수야, 눈을 감으니 다시 눈물이 난다. 너를 무서워하는 아이들과 호기심어린 시선을 견디면서도 엄마는 네가 살아있어서 행복했단다. 널 묵묵히 키워내기는 참 어려웠지만 너는 엄마의 가장 큰 행복이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결국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촛불처럼 짧은 삶을 마감해야 했던 너… 엄마는 너를 통해 삶에 겸손해야 함을 배웠고, 더 큰 사랑을 얻었단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장애는 죄가 아니라고. 그러나 많은 장애아를 두고 있는 엄마들은 죄인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그건 아직 우리 사회에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깊게 남아있어서일 것이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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