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에 의문점이 있는 칠장사 주변

2007.12.05 16:32:00

미호천의 또 다른 물줄기인 칠장천의 발원지를 찾아보기 위해 꼬불꼬불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칠장사로 갔다.

주차장 가기 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칠장사 당간(경기도유형문화제 제39호)을 만난다.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높이 11.5m의 철제 당간이다. 당간이란 부처와 보살의 공덕과 위신을 기리기 위해 깃발의 일종인 당을 다는 깃대이다. 본래 30개의 원통이 연결되어 있었다는데 현재 14마디만 남아있다.


바로 옆에 있는 칠장사 사적비(향토유적 제24호)는 화강암 석비로 비신의 앞면에 현종 12년(1671년)에 건립되었음을 알게 하는 기록이 음각되어 있다. 이 사적비는 칠장사의 창건 연대와 중수 과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가게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작은 주차장 끝에 '칠현산칠장사'라고 써 있는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에서 가까운 곳의 큰 주차장 앞에 있는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꺽정이 의적들을 모으고 스승 갖바치 병해대사와 머물던 사찰이다. 유서 깊은 절이지만 주변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기슭에 있어 다른 사찰에 비해 한적하고 조용하다.

칠장사는 고찰답게 칠장사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 칠장사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 봉업사석불입상(보물 제983호), 대웅전(경기유형문화재 제114호), 철당간(경기유형문화재 제39호) 등 중요한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입구에 있는 홍제관은 신축 건물로 앞에 3층 석탑이 있다. 임꺽정이 무술을 연마하던 장소에 지은 건물라는데 지금은 수련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군인들 여러 명이 예불을 드리고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 변종만 칠장사


마지막 불꽃을 내뿜고 있는 단풍들이 대웅전 주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인 대웅전은 작고 아담하다. 응향각, 요사채, 명부전 등 주변의 건물들과 어우러지며 만든 풍경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편안한 공간이다. 칠장사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은 보존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대웅전 오른쪽 옆에 석불입상이 두 개 서 있다. 보물 제983호인 봉업사 석불입상이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에 번창했던 죽산의 봉업사에 있던 것으로 죽산중학교를 거쳐 칠장사로 옮겨왔다. 조각 수준이 높은 불상이지만 보존 잘못으로 지금은 얼굴이 많이 마모되었다.


대웅전 왼쪽 옆으로 조금만 가면 칠장사를 가장 발전시켰던 고려조의 국사 혜소의 비가 있다. 고려 문종 때 혜소국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높이 3.15m, 폭 1.42m의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는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현재 비석, 귀부, 이수 등이 전각 안에 보존되고 있다.

혜소국사비 왼쪽 계곡에 나한전이 있다. 규모가 작아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한 채의 작은 집이다. 지붕 위에 수령이 오래되었다는 노송이 가지를 뻗고 있다.

나한전 안에는 7인의 나한이 안치되어 있다. 작은 석상들은 혜소국사가 교화하여 일곱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7인의 나한좌상이다. 이곳과 고려 때 혜소국사가 일곱 도적을 제도하여 도를 깨치게 해 칠현산이 된 것을 연관지으며 일주문에 칠장산 대신 칠현산이라고 써있던 것을 이해했다.




칠장사 왼쪽 뒤 혜소국사비전각과 나한전 사이로 난 길이 등산로인데 초입부터 가파른 산죽길이 길게 이어진다. 칠장사 뒤편에 호스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그 밑에 플라스틱 대야가 놓여있는 곳이 칠장천의 발원지다. 30여분 오르면 좌측의 칠현산과 우측의 칠장산으로 갈라지는 주능선삼거리를 만난다. 헬기장이 있는 칠장산 정상은 이곳에서 10여분 거리다.

칠장산은 백두대간 속리산 천황봉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나눠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곳에서 김포의 문수산까지는 한남정맥, 태안반도의 안흥까지는 금북정맥이 이어진다.

칠현산과 관해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칠장산은 높이가 492.4m에 불과한 산이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주변의 산들이 모두 보일만큼 정상의 조망이 좋다.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의 줄기를 대략 살펴볼 수 있는 천혜의 요새다. 바로 아래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칠장사 아래에 있는 두메교를 건너면서 만나는 진천군 만승면 광혜원 저수지는 제법 크기도 크고 수량이 많다. 금북정맥의 줄기인 칠현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면 17번 국도를 만나는데 이곳에 충청북도와 경기도의 도계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서 있다.

칠장산을 중심으로 하는 한남금북정맥과 칠현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을 바라보며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장은 도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산줄기나 물줄기를 기준으로 경계선을 지정하던 예전의 방법대로라면 누가 봐도 이곳은 충북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한남금북정맥 너머에 있는데 왜 칠장사 주변 마을만 경기도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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