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받으면 몸이 간지러워요

2007.12.13 08:36:00

얼마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책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칭찬이 어떻게 적용되고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래를 통해 칭찬의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함께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부정적인 행동보다 긍정적인 행동을 중시하고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해서 부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지적을 하고 질책을 한다. 지적을 당하고 질책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주의를 하지만 일시적이다. 오히려 지나친 질책은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방법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칭찬은 좋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거기에 맡는 구체적 칭찬을 하면 훨씬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말할 때 좋은 행동뿐만 아니라 눈에 거슬리는 것도 긍정적 측면에서 이야기 하면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지고 행동도 개선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칭찬도 지나치거나 입바른 소리로 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칭찬을 할 땐 진실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무조건 혼만 내지 말고 부정적인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인지하게 한 다음 그것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렇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칭찬에 인색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칭찬을 하면 입에 가시가 돋치기나 하듯 잘못된 점만을 찾아 눈을 부릅뜨게 한다. 그 아이도 그랬다. 항상 부정적인 소리만 듣고 자랐다. 열여덟의 나이가 되도록 칭찬 같은 건 거의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아이는 눈이 참 맑았다. 그러나 늘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랬는지 이마에 힘이 잔뜩 들어가 눈초리가 매섭게 보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깨끗하고 맑았다. 얼마 전 그 아이와 마주 앉아 눈이 맑다고 했더니 몸이 간지럽다며 그만 하라고 한다.

“그만 하세요. 몸이 간지러워 죽겠어요.”
“눈이 맑다는데 몸이 왜 간지러워?”
“몰라요.”
“너 지금까지 누구한테 칭찬 받은 적 없지?”
“네. 없어요.”
“너 그래서 그런 거야. 넌 지금 칭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거야. 늘 맹물만 마시다가 설탕물 주니 네 몸이 거부 반응을 보인 거야.”

그랬다. 어쩌면 그 아이가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에도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과 같았다. 그래서 작은 칭찬에도 아이는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는 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사랑받을 나이에 사랑이 없음에 그 아이는 때려 부수거나 죽이거나 하는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했다.

그리고 아이는 그때마다 매를 맞았다. 언제부턴지 맞는 건 습관이 되어 웬만한 것은 충격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꾸지람을 받거나 맞을수록 아이의 마음에 분노만 쌓여갔다. 그 분노의 감정은 얼굴에 드러났다. 어느 때부턴가 아이는 어른들에게도 예의 바른 아이가 아닌 버릇없는 아이로 인식되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조금만, 아주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면 아이는 아주 잘 따랐다. 속마음도 털어놓았다. 얼굴엔 미소를 띠었다. 그 아이에게 약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이 아니라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 시간과 관심과 작은 칭찬이었다.

요 며칠 그 아이가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표정도 밝아졌고 말에도 생기가 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아이에게서 겨울이, 꽁꽁 얼어붙은 마음의 얼음장이 조금씩 녹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그 아이는 꿈이라는 새싹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껏 동토 속에 묻어두었던 싹을 키우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햇볕을 받아들여 모으고 있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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