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은 진천군 초평면과 증평군 증평읍·도안면의 경계에 있다. 천년고찰 영수사가 산자락에 있고, 세계 3대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가 가까워 높이에 비해 전국의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작아도 크고 높아 보이는 게 있다. 투타산의 높이는 해발 598m에 불과하지만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이곳에서는 큰 산에 해당한다. 멀리서 보면 부처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는데 범인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까까머리 훈련병들의 추억이 남아있는 증평읍 연탄리 주변의 부대가 두타산 자락에 있고, 두타산 줄기가 증평읍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타산을 증평의 산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두타산 정상이 진천군에 위치해 진천 두타산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두타산에 관해 전해져 오는 얘기도 있다. 팽우가 단군 왕검의 지시로 이곳의 산천을 다스릴 때 산봉우리가 섬같이 보일만큼 큰 홍수가 나자 이 산꼭대기로 피신했다. 그때부터 머리 두(頭), 섬 타(陀)자를 따서 두타산이라고 불렀다. 생명에 도움을 줘 가리도(加利島)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진천군 초평면의 영수사가 등반을 시작하는 지점이지만 청주삼백리 회원들과 증평읍 미암리 자양부락에서 두타산을 오르기로 했다.
'자양마을 대지랑이'라고 써있는 마을입구의 표석이 정겹다. 마을이 남향의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자양마을이라 하고 골이 깊어 대지랑이나 대지랭이로 부른다는 것도 재미있다. 장독 뒤로 두타산 줄기가 보이는데 왼편은 대봉산이다.
자양마을에서 산으로 들어서면 사방공사를 해 계곡을 넓게 정비했고 그 끝에 사방댐이 있다. 이곳에서 약 1㎞의 산길은 힘이 든다. 숨을 헐떡이는데 눈앞에 갑자기 설경이 나타난다. 씨앗을 땅으로 보낸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는 씨방들이 햇빛에 반사되며 산속에 설화를 그려 놨다.
산너머길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정표를 살펴봤다. 이곳은 증평읍으로 두타산 정상과 연탄리, 송신탑, 돌탑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너무 낡아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두타산 정상은 진천군에 속하지만 증평읍 방향의 등산로는 증평군에서 관리해줘야 한다.
오른쪽 능선을 타고가면 약 1㎞ 거리에서 돌탑을 만난다. 돌탑 왼편으로 도안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까운 거리지만 북쪽방향 산길에는 제법 눈이 쌓여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은 비교적 평탄해 산책로 같은 느낌이 든다. 돌탑에서 200여m 가면 오른쪽 나무 사이로 원남저수지가 보인다. 정상 못미처에서 앞산을 바라보면 구불구불 송신탑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잡목들이 눈앞을 가로막아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정상에 오르면 두타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멀리 대구에서 인근의 증평까지 각자 출발지가 다른 사람들이 교류를 한다. 정상 주변은 제법 넓고 쉼터도 많다. 우리와 같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등산객이 50여명 된다.
추운 겨울, 찬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먹는 김밥이지만 꿀맛이다. 이게 겨울 등반의 묘미라는 것을 몇이나 알까? 찬바람이 쌩쌩 불거나 눈이 내리는 날 직접 산에 올라본 사람만 안다.
두타산 정상에도 표석이 세 개나 있어 눈에 거슬린다. 어떤 것이든 과하면 문제다. 표석이 여러 개 세워진 정상을 자주 보면서 산에 표석을 세우는 것도 허가제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설치한 사람이 철거하지 않는 한 한번 세워진 표석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