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아침 교실은 늘 시끌벅적하다. 기밀시험이 끝난 후론 더하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책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놓곤 난로가로 모여든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열여덟의 숙녀들은 금세 참새처럼 종알댄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밤새 숨겨둔 언어들을 쏟아낸다.
“야, 들었니? ○○이 남친하고 깨졌데.”
“뭐야, 엊그제 100일 됐다고 자랑하고 다니던데… 가시나 자랑깨나 하고 다니더만….”
“아침 등교하는데 ○○ 없데. 으이구 그 눈초리. 보기만 해도 몸이 오싹하다 오싹해.”
“맞아. 걸릴 것 없는데도 뭐가 꼭 꼬투리 잡아 ‘너 이리와!’ 할 것 같아.”
“야, 말도 말아. 난 어제 단추 하나 풀어졌다고 걸렸는데 가슴이 턱턱 막히고 오금이 저리더라. 그리고 꼭 이런다. 다 너희들 위해서라고. 말이나 말지.”
“맞아 맞아. 왕재수야 정말!”
“흐흐, 우리 담임 잘 삐지는 것 같지 않냐?”
“삐지긴 한데 쪼깨 귀엽징. 콕 깨물어주고 싶을 때도 있어야. 깔깔깔.”
“징그런 가시나. 늙은 남탱이 깨물어서 뭐하게. 나처럼 포동동 하면 모를까.”
아이들의 말은 직설적이다. 빙빙 돌려서 하지 않는다. 거칠기도 하고 때론 비어들이 섞여 조금 거북하기도 하지만 듣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도 있다. 물론 숨어서 지들끼리 하는 얘기엔 더욱 노골적인 표현들이 있지만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목소릴 죽인다.
또 하나, 요즘 얘들은 아침에 만나면 먼저 인사를 안 한다. 먼저 ‘얘들아, 안녕!’ 하면 마지못해 ‘안~녕하, 세요.’ 한다. 억지춘향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예뻐 보인다. 왜? 안면 몰수하고 안 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으이구, 속 터져’ 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선생한테 맞추는 시대가 아니라 선생이 아이들에게 맞추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점차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해마다 다르다. 1년 터울을 가진 아이들일지라도 생각하는 거 행동하는 거 말하는 거 엄청 차이가 난다. 그리고 예전처럼 후배들은 선배들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2학년은 1학년을, 3학년은 2학년을 무서워한다. 자기들은 착실한데 후배들은 그렇지 않다는 식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그랬어. 너희 1학년 때 니 선배들이 무섭다고 했어 임마!’ 하면 피시식 웃는 걸 볼 수 있다.
가끔 교실이 무너졌다는 소릴 한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이라면 피부로 느끼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무너진 교실, 아니 무너진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부딪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무너지고 엎어지고 하다 보면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