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삼백리 회원 몇이 미동산으로 등반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산의 높이에 비해 오르막이 많지 않은 곳이라 부담 없이 따라나섰다.
수목원으로 들어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가면 MTB 코스를 겸하고 있는 임도와 정자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의 눈이 녹지 않은 산길로 올라가면 홀로 등산로를 지키고 있는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되어 있고, 산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우거진 나무 때문에 조망이 나쁜 것이 흠이다. 잡목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휴식을 하고, 눈길과 낙엽길이 반복되는 등산로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요상하게 생긴 의자나무를 구경하다보면 정상이다.
조망이 나쁜 정상에는 산불감시 초소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식구가 단출하니 점심 먹는 장소가 좁아도 된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정상주도 나눠 마셨다. 미동산 쉼터로의 하산 길은 훨씬 발걸음이 가볍다. 3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하산 길에 미동산 계곡을 따라 고라니 관찰원, 습지원, 생태식물원, 생태체험관, 목재문화체험장, 수목산야초전시원, 무궁화원이 있는 수목원을 구경했다.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원앙이 관찰원과 앙증맞은 눈사람을 보며 추운 계절도 실감했다. 겨울이지만 미동산에 있는 산림과학박물관(http://www.cbforest.net)과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무심천의 상류를 돌아보기로 했다. 하천으로 내려가니 포도송이처럼 엉겨있는 붉은색의 작은 알들이 풀잎과 다릿발에 많이 붙어있다. 우렁이는 이렇게 풀이나 벼의 줄기에 알을 낳는다.
가까운 곳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의 발자국을 여러 개 발견했다. 수달의 분비물도 확인이 되었다.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무심천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수달이 편안히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양식 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그래서 수달이 살고 있는 장소를 여럿이 공유할 수도 없다.
무심천 상류의 하천에는 물속에 뿌리를 내린 갈대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갈대는 정화작용을 하는 자연친화적인 식물이다. 그 덕에 하천에서 우렁이 알과 수달이 살고 있는 흔적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계형 절도를 핑계 삼아 돈이 되는 물건이라면 학교 교문, 다리 난간, 전선, 맨홀 뚜껑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더니 이곳의 다리도 이름이 붙어있던 동판이 사라졌다.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고 흉한 인심이 옛말 그르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있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