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그 아름다운 구속'

2008.03.12 13:14:00


경칩이 지나니 봄 기운이 느껴진다. 저수지 바람을 맞으니 쌀쌀함보다는 상쾌함 내지는 훈훈함이 느껴진다. 바야흐로 봄이다. 자연만 봄일까? 집안에서 봄을 찾으니 베란다에서는 겨울을 이겨낸 난(蘭)의 꽃, 거실에서는 넥타이가 눈에 띈다.

넥타이를 보니 나이에 따라 이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총각교사 시절, 넥타이는 거추장스런 존재였다. 양복은 학교에서 입학식, 졸업식 등 커다란 의식이 있을 경우에 착용했었다. 단벌 양복에 와이셔츠와 넥타이 한 두개가 고작이었다.

부장교사 시절, 총각 때보다는 양복 착용 횟수가 많이 늘었다. 정장 차림이니 자연히 넥타이도 매는 것이다. 양복을 주로 입는 계절을 보니 주로 가을과 겨울. 날씨가 덥기 시작하면 양복, 넥타이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넥타이는 양복을 입을 때 어쩔 수 없이 매는 것이었다.

장학사와 교감 시절, 양복과 넥타이는 거의 필수가 되었다. 여름철에는 양복에서 벗어나 반팔에 넥타이 차림을 하였다. 아마 이 때부터 넥타이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양복, 와이셔츠와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의 넥타이를 골랐던 것이다. 이왕이면 그 조화가 자신에게는 만족감을, 타인에게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고자 했던 것 같다.

이 시절 양복과 넥타이 숫자도 엄청 늘었다. 춘추복, 하복, 동복의 숫자가 각각 몇 개씩이고 넥타이도 수 십개가 되었다. 양복과 넥타이의 품위(?)를 생각한 시기였다고 본다. 그리하여 오래 되었거나 디자인과 색상이 시대에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것은 창고로 퇴출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교감 시절과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왕이면 품위와 품격을 고려하여 세련된 색상과 디자인의 넥타이를 착용하려 한다. 가격 비싼 것을 장기간 쓰기보다는 중저가 브랜드 여러 개를 구입하여 지루하지 않게 교체하여 매는 것이다. 양복과 넥타이를 보면 그 사람의 미적 감각까지 읽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넥타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런 존재에서 꼭 필요하고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 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마지 못해 착용하던 것에서 당연히 매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금 거실 책장에 있는 넥타이를 세어보니 56개다. 창고로 간 것 30여개, 노후되어 버린 것 20여개...총 100 여개의 넥타이가 나의 일부분을 장식한 것이다.

요즘 출근할 때 나의 행동은 이렇다. 양복과 와이셔츠에 어울리는 넥타이, 계절 감각에 맞는 넥타이를 고른다, 학부모회의나 교장 회의 등 여러 사람과 대면할 경우에는 한번 더 생각한다. '혹시 미적 감각이 뒤진 교장이라는 느낌을 주면 아니되는데…'를 생각한다. 얼룩이 묻었거나  올이 틴 넥타이는 1차 배제 대상이다. 넥타이는 매일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넥타이를 구입할 때는 가격도 보지만 디자인이 우선이다. 남들이 흔히 착용하는 범대중적인 것은 가급적 꺼린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타인이 매고 있는 것을 본 순간, 그 넥타이는 손에서 멀어진다. 

넥타이, 액세사리가 아니다. 필수품이 되었다. 착용한 사람의 신분을 말해 주고 미적 감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소품인 것이다. 넥타이핀 서 너개도 필수이고 타이와 어울리면 금상첨화라고 보는 것이다.

마침 신문 섹션 타이틀이 눈길을 끈다. "넥타이, 그 아름다운 구속" "남자의 목을 조이지만 남자의 전부를 말해준다" "심장만큼 중요한 '심장 옆의 매너'" 절대 공감이다. 그 만치 나이를 먹었다는 뜻인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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