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정리정돈의 달

2008.03.16 23:09:00


3월, 새학년이 힘차게 출발하였다. 새학년 새교실에 새선생님, 새로운 학생들이다. 새로움은 희망에 부풀게 한다. 학생들은 새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기대가 크다. 그것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가? 교사의 과제다.

새학년도 출발과 함께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활용할 교재교구를 구입 신청한다. 물품 구입 신청전 반드시 할 일은 기존 교구의 정비와 정리정돈 아닐까? 폐기할 것, 재활용할 것, 보수할 것을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필요 물품을 신청해야 한다.

학교 예산, 부서별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만 교사들에게는 아껴쓰기가 부족한 듯 싶다. 그냥 예년에 하던대로, 재고와는 상관없이 물품을 신청한다. 어차피 쓸 돈인데, 내 돈도 아닌데 구입하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니 멀쩡이 쓸 수 있는 것 그대로 놔두고 또 구입한다.

체육창고는 교재교구가 해마다 늘어나다보니 공간이 부족하다. 모 학교 근무시 체육창고를 본 적이 있었다. 버리지는 않고 구입한 물건 쌓아 놓다보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10년 넘게 지나 사용할 수 없는 녹슬은 허들이 그대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습기에 썩는 물건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교재교구에 대한 애호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학교사랑이 나라사랑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퇴근 길, 운동장에 굴러다니는 축구공을 본다. 수업 시간에 뒷정리가 안 된 탓이다. 교재교구의 관리 부실 결과다. 만약 저것이 내 돈으로 산 것이라면 저렇게 굴러다니게 할까? 공용품이니 '나 몰라라'다. 주인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물품 품의 시 근거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확보된 예산은 물론 그 물건의 구입 수량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기안자는 자연히 재고를 조사해야 한다. 때론 교재교구 기준과 교육과정과의 연관도 따져보아야 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교사 개인의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입해서는 아니된다.

어느 날, 체육창고의 물품이 운동장으로 모두 나왔다. "와, 물건도 많다!" 개교 3년차인데 이 정도다. 오늘은 창고 정리의 날인가 보다. 활용하기 쉽게, 꺼내고 집어 넣기 쉽게, 놓아야 할 물건의 위치를 다시 정하면서 정리정돈을 하고 있다.

교장이 들러보자 담당부장이 달려와 말한다.

"우리 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씩 체육창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정돈, 좋은 일이다. 창고정리는 분기별로 해도 좋고 매월하면 더욱 좋다. 근 10여년간 교육이 많이 헝클어졌다.  학생, 교사 모두에게 애교심이 필요한 때다. 애교심이 곧 애국심이 되기 때문이다. 창고 정리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단상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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