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왔다. 남포방조제 위에 올라 하룻밤 머무른 대천과 지난 4일 갑자기 높은 파도가 밀려와 인명피해가 많이 났던 죽도를 바라봤다. 사고의 여파가 클 것 같아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마음과 달리 죽도로 방향을 틀었다.
〈보령시 남포면에서 서남쪽으로 8.1㎞, 최치원 유적지가 있는 보리섬 서쪽 1.5㎞ 지점에 있는 섬으로 옛날 대나무가 울창하였던 섬이라하여 대섬 또는 죽도라 부르게 되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3㎞ 떨어져 있는 남포 방조제와 연계되어 있는 섬으로 대천 해수욕장과 남포 방조제 끝머리에 있는 용두 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섬이다. 관광특구 지역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호텔을 비롯한 콘도미니엄, 해양 스포츠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보령시청홈페이지 문화관광가이드(http://ubtour.go.kr)의 보령팔경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대로 죽도는 남포방조제의 준공으로 육지가 된 섬이다. 방조제 위에서 바라보면 대천과 죽도가 가깝게 보인다. 안내판의 설명에 의하면 바다 뒤편의 농경지에 위치한 최치원 유적지도 맥도(보리섬)로 불리던 섬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섬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 아름다운 주변 풍경, 썰물에도 물이 빠지지 않는 자연환경, 어종이 풍부한 천혜의 어장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었다.
죽도는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해경임시수사본부’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도로에서는 119구조대원들이 차에서 수상보트를 내리느라 분주하다. 연휴인데도 오가는 관광객이 없으니 상인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하다. 그렇게 큰 사고가 난 것을 알면서 찾아올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방파제에서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손님들을 기다려야 할 배들도 바라봤다. 대죽이 많은 산길을 지나 갯바위가 많은 바닷가로 가보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물결마저 잔잔하다.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건은 잊혀지게 되어 있다. 다시 죽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더 빨리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하고, 이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시설도 갖춰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도로변에서 묵묵히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노인이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