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인의 풍림정사와 호점산성

2008.05.29 11:30:00

5월은 신록의 푸름 만큼이나 결혼식 등 행사가 많은 달이다. 꼭 참석해 축하해줘야 할 결혼식도 있고 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해 친구들도 만나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내 고장의 역사를 알아보는 게 소중했고, 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보은군 회인면에 있는 호점산성을 답사하기로 한 달 전에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장과 방서사거리에서 만났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고장의 역사를 부단히 공부하고,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송 대장이 존경스럽다.

굽이굽이 피발령 고갯길을 넘으니 월북 작가 오장환 시인이 어린시절을 보낸 회인이다. 회인 소재지를 막 벗어나 오른쪽 대청호 방향으로 접어들면 회인면 눌곡리 길가에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서있다.


은행나무 뒤편의 풍림정사(충북기념물 제28호)는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인 호산 박문호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1872년에 세운 정면 6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목조기와집이다. 자물쇠가 채워져 출입할 수 없지만 한때 박문호 선생이 성리학을 연구하고 후학들을 길러내던 곳이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풍림정사(楓林精舍)’라는 편액은 입재 송근수의 글씨이다. 풍림정사기, 풍림강업서, 여담간명서, 연비어약 등의 현판과 박문호의 문집인 ‘호산집’의 판본과 목활자 일부가 남아 있다.

풍림정사 뒤쪽에 1906년에 세운 후성영당(後聖影堂)이 있다. 이곳에 주자, 이이, 송시열, 한원진의 모사본 영정과 박문호의 영정을 봉안하고 매년 회인의 유림과 영해박씨 종중에서 제향을 올린다. 후성영당 뒤편으로 박문호 선생의 묘가 보인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는 농촌 풍경을 구경하고 용곡리로 가니 작은 주차장 옆에 호점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녹음으로 우거진 산이 앞을 가로막아 초입부터 힘이 든다. 길에도 풀이 무성해 등산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살이 통통하게 찐 멧돼지 새끼 한 마리가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앞에서 걷다가 유유히 사라진다.

산 아래에 있는 산성을 구경하고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경사가 급한 비탈이 한참 이어진다. 이런 곳에 어떻게 산성을 쌓았는지, 산성을 쌓을 필요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며 30여분 동안 숨을 가쁘게 내쉬고, 땀을 줄줄 흘려야 한다.






일단 능선에 오르면 성벽을 따라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많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하게 반복되어 산책하기 좋다. 이곳의 산성은 손길을 타지 않아 더 가치가 있다. 잘못 복원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다른 곳의 산성과 달리 원형 그대로의 성벽을 수시로 만난다.

보은문화원 홈페이지(http://becc.or.kr/)에 호점산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호점산성은 사방이 높은 산봉우리이고, 중앙에 넓은 계곡이 있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다. 보은군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터이고, 성벽이 가장 특이한 모양으로 쌓여졌으며, 고려시대 이 지역의 역사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산성이다.

남쪽의 높은 봉우리는 358.9m의 ‘치알봉’이다. 잔치 때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가운데 기둥을 세우고 치알(차일)을 쳤는데 산봉우리의 모양이 뾰족해 이름 붙은 듯하다. 이 치알봉을 정상으로 하여 4개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안부를 돌려 축조되었으므로, 성안에는 7~8개의 골짜기가 있다.〉

성벽을 쌓은 돌은 모두 길쭉길쭉한 편마암의 자연석이다. 이날 우리 일행들은 호점산성이 보은읍에 있는 삼년산성의 외곽 성으로 문의쪽 대청댐방향에서 침투하는 백제군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염티재에 올라 바로 앞에 보이는 호점산성을 바라봤다.






산성 답사에서 성벽만 보고 오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꽃과 곤충도 관찰하고, 어린시절처럼 논두렁 길을 걸으며 낭만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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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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