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은 전문직 업무를, 교사는 교사의 업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2008.06.14 13:10:00


장학사나 교육연구사를 만나서 근황을 물으면 9할 이상의 대답은 거의 동일하다. '바쁘다'는 것이다. 할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후 11시나 12시에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교육전문직 경험이 없는 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속된 말로 장학사=잡무사라는 이야기를 할까.

이들의 본연의 업무가 '장학업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본래의 업무만 한다고 해서 일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업무의 질이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일선학교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다양한 업무를 무차별로 하다보니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교감을 할 수 있고, 교감이 된 후에는 교장의 길까지는 교사출신보다 가깝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그래도 가혹한 업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참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에서 내년부터 시행할 가산점 규정에서 장학사나 교육연구사들의 가산점을 교사들과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로 일부 조정이 되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기존보다는 조금 불리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전문직들이 상대적으로 우대받았기 때문에 교사출신이 승진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교사라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을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균형의 문제보다는 실제로 하는 업무가 상이하다는 것에서 출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교감, 교장이 되기 어려운 것에 비추어 볼때 전문직은 말 그래도 전문직으로 계속 근무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전문직들의 입장에서는 발끈할 이야기이지만 학교를 떠났다가 교감으로 다시 전직하여 돌아오는 시기가 5-7년정도(서울의 경우)된다. 그 기간동안 학교의 변화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학교를 떠나기 전의 사고로 임하기에 전문직 출신의 신규교감들과 교사들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교사출신이 교감으로 온 학교는 큰 갈등을 겪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전문직으로 근무하면서 넓혀온 지식이 가해지면서 교사들과의 갈등은 자꾸만 커져 가는 것이다.

물론 전문직 출신이라고 모두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교감들의 경우는 심각할 정도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이든, 교사출신이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직의 업무를 정립하고, 전문직은 말 그대로 계속해서 전문직으로 근무하여 그곳의 직제에 따른 승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고, 일선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수시로 전직함으로써 업무가 일관성이 없어지는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수석교사제 도입으로 일선학교는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 교육전문직도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교사들의 승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같은 부서에 1-2년 근무하고 다른 부서로 옮겨감으로써 업무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는 현재의 전문직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중에 교감이나 교장이 되더라도 변화된 학교조직문화를 꿰뚫을 수 있는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론적인 교육과 경험적인 교육이 제대로 융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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