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충북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가 들어온 신대교회(청주시 신대동)로 답사를 다녀왔다. 이곳에 처음 기독교를 들여와 예배를 보던 오천보의 집(현재 오영석 장로 거주)이 교회 바로 옆에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대문의 문패 밑에 청원군수가 발행한 ‘의례준칙 시범가정’ 표찰이 붙어있다. 이곳 신대동이 1983년 청원군에서 청주시로 편입되었음을 생각해볼 때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임이 분명하다.
1999년 대통령령으로 건전가정의례준칙이 제정되기 전만해도 가정의례의 모든 의식절차는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정의례준칙에 대해 네이버 백과사전에 소개된 글을 옮겨본다.
혼례ㆍ상례ㆍ제례ㆍ회갑연 등 가정의례에서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그 의식절차를 합리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할 목적으로 제정한 대통령령이다. 1973년 5월 17일 대통령령 제6680호로 처음 제정되었다. 모든 국민은 가정의례의 의식절차를 이 준칙에 따라 엄숙하고 간소하게 행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일이든 강제로 규제하면 여러 가지 병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정의례준칙 때문에 빠른 속도로 허례허식이 줄어들고 의식절차가 합리화 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먼 산의 오색단풍이 유혹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날씨마저 좋아 선남선녀들이 짝을 이루기에도 좋다. 우체부의 가방 속이 불룩하게 청첩장이 들어있다.
옳고 그르냐를 가리는 법도 다 사람이 정한 것이다.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청첩장을 발송한다면 가을은 축하할 일이 많아서 좋은 계절이다.
107년 전 예배를 보던 집에서 발견한 낡은 골동품을 바라보며 시범가정을 지정해가면서 가정의례준칙 지키기를 독려해야 했던 옛날과 봉투 내밀고 점심만 한 그릇 뚝딱 먹고 가는 오늘날의 시대상황을 떠올렸다.
또, 공교육이 이뤄지는 학교 만큼 역사의 보물창고가 많지 않다는 생각도 해봤다. 창고나 특별실을 정리하며 훗날 학교의 역사를 증명할 물품들이 고물이나 폐기물로 사라지지 않는지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