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필자는 e-리포트 코너를 통해 국제중학교설립이 시기상조라는 글을 여러차례 올렸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조건 설립하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수정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귀족학교 운운하는 일부 단체의 주장에 동조해서가 아니고, 신입생 선발부터 국제중학교로의 특성화중학교 지정과정까지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었다. 잘하고 능력있는 학생들을 길러내어 국제화시대에 경쟁력을 키운다는 설립목적에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동의를 한다. 그러나 성급한 설립추진은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지역 국제중 설립 동의안이 서울시교육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보류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3월 국제중 설립이 어렵게 됐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15일 `특성화중학교 설립 동의안'을 심의하기 위한 동의심사 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안건 처리를 보류했다. 시교육위는 '교육위원들이 국제중 설립의 취지에는 동의했으나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고 국제중 동의안 처리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한학수 소위원장은 '교육과정의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준비가 소홀한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는 등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류 배경을 설명했다(연합뉴스, 2008-10-15 19:53).
정말 잘한 결정이다. 교육위원회가 제대로 된 결정을 소신껏 내렸다는 생각이다.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입장을 살펴보니 그동안 필자가 생각했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한마디로 준비가 소홀해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본 것이다. 여건이 성숙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학교의 준비관계 등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다시 논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논의 시기가 올해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최소한 2009년에 개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2010년 개교 가능성은 열어 두었지만, 서울시 교육청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학수 소위원장의 이야기 중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얼마전에 국제중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에서 여론조사를 하라고 권고 한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소위원장의 이야기에는 이런 부분이 포함되었다고 보여진다. 사회적 합의라는 부분은 곧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때 좀더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했다면 국제중 설립 동의안이 보류되는 사태까지는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교육청의 적극적인 태도가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 시교육청은 왜 보류가 되었는지 그 의미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의 동의안 보류로 서울시교육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2009년 개교가 물건너 간것은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악화된다면 자칫 국제중학교 설립 논의자체가 논의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가지 교육정책의 남발로 인해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운 이때에 국제중학교 설립안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충분한 사전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대충 절차를 지켜나간다면 또다시 국제중학교 설립은 벽에 막힐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제중학교 설립을 염원하는 서울시민과 국민들의 생각을 깊이 헤아리는 서울시교육청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