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가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비교적 별 탈없이 끝났다는 생각이다. 일선학교에서는 준비과정부터 고사관리까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특별한 일 없이 끝난 것은 다행이다. 전국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실시하기까지 여러가지 힘든 과정을 거친 교원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막상 실시해 보니, 역시 준비부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지적했던 채점과정의 문제가 그렇고, 출제된 문제역시 과목별로 난이도가 상이하여 학생들이 제대로 시험을 본 것인지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다. 앞으로 성적처리도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다. 수행평가문제 채점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직 중간고사 처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이달 말까지 이번 성취도평가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철인이 되어야 가능한 일들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학원에서 성취도평가 특강반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모집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일부지역의 일부학원에서나 있었던 일로 생각이 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와 관련하여 특별한 일들이 있지 않았다. 물론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평소보다 신경을 쓰긴 했겠지만 학교에서 실시되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크게 신경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바로 학생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시험의 결과만으로 학력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문제는 시험을 보는 태도에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더라도 대충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의 성취도평가는 대충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감독교사가 그렇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건만 답안을 대강 작성하고 시험을 끝내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틀씩이나 시험을 보면서 학생들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였다. 중간고사 끝난지 1주일에서 열흘정도 지난시점에서 다시 또 시험을 치른 것도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70-80분동안 실시되는 시험이 과목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많이 달랐다. 국어나 수학, 과학의 경우는 시험시간을 끝까지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반면 나머지 과목은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서 학생들이 상당히 지루해 했었다. 물론 이틀이나 되는 시험때문에 학생들이 둘째날에는 비교적 무관심하게 시험을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능시험에서도 난이도 실패로 간혹 애를 먹는 것을 보면 이번의 성취도평가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의 결과를 학교서열화가 아닌, 학력격차해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실시된 시험결과를 놓고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학교서열화도 마찬가지이고 학력격차해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경우라도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도리어 학력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본다고 가정하면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그래도 학원에서 성취도평가관련 특강을 받은 학생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에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학교이면서 학생들이 평소실력을 발휘하지 않고 대충 시험을 치른 학교는 당연히 낮은 성적을 얻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뭐든지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전국적으로 똑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보았다고 해도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준비부족 또는 준비소홀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험시기문제나 시험일시등을 조정해야 한다. 성적처리방법도 바꿔야 한다. 국가수준이면 당연히 채점도 국가에서 맡아서 해야 한다. 예산타령 할 것이 아니라 예산확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실시했다면 그것도 준비가 부족한 것에 포함되는 것이다.
수능시험도 하루에 보는데, 학업성취도 평가를 이틀씩이나 실시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틀씩 시험을 보면서 도리어 정상적인 시험응시라는 틀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문제의 난이도와 문항수등을 조절하여 하루에 실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험시기 역시 조정해야 한다. 지금시기가 중3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특목고 준비와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이다. 중간고사 끝난 직후에 실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도리어 1학기로 시기를 선택했다면 상황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시험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번 시험에서는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실시한다면 시험실시의 의미가 자꾸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선학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학교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일선학교이기 때문이다. 진일보된 방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