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공휴일이어야 한다

2009.04.22 09:16:00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법정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모두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기념일들이다. 특히 어버이날은 ‘전통 가족제도를 계승 발전하고, 어버이와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자’는 고귀한 뜻으로 1956년 ‘어머니날’로 제정된 이래, 1973년 현재의 ‘어버이날’로 개칭되어 기념해오고 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www.career.co.kr)’가 지난 해 직장인 1,574명을 대상으로 5월 기념일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날’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6.7%가 어버이날을 1위로 꼽았으며 근로자의 날(11.1%), 어린이날(5.5%)을 비롯하여 부부의날, 스승의날, 성년의날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싸이월드(www.cyworld.com)’에서는 네티즌 4만여 명에게 5월의 기념일 중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한다면 어떤 날을 택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 결과, 현재 법정공휴일인 어린이날을 선택한 응답자는 4.7%에 불과한 반면 어버이날을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54%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길 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전통 가족제도의 계승과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자는 뜻으로 제정된 ‘가장 중요한 기념일’ 어버이날은 현재 법정공휴일이 아니다.

현재 국가 지정 공휴일은 신정, 설날, 삼일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추석, 개천절, 성탄절 등 모두 14일이다. 정·재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휴일이 많아서’ 국가경쟁력, 생산경쟁력이 뒤진다며 추가 공휴일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공휴일 하루 늘린다고 해서 국가경쟁력과 경제가 악화될 ‘허약한 국가’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2009년 세계 각국의 법정 공휴일 수는 영국 112일, 프랑스 113일, 미국 115일, 중국 115일, 일본 120일 등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주5일근무제를 전면 시행하는 기관이라야 110일이다(2009, LG경제연구원). 그렇다면 정·재계의 ‘휴일이 많아서 국제경쟁력이 뒤진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어버이날이 법정공휴일에서 배제된 것은 여론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에 비추어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오늘날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령화, 핵가족화 추세의 가파른 상승으로 늙은 어버이들은 자식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장남이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 공휴일이 아닌 어버이날, 자식들은 멀리 있는 노부모를 찾아 뵐 수 없어 죄스러워한다. 결국 지금의 노부모들은 자식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며 어버이날을 보내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죄책감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부모부양 의식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노후에 자녀에게 부양 기대 안 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자녀의 부모부양을 당연시 해온 전통과 미덕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가정에서 아이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배운다. 이 말은 ‘부모가 있어 내가 존재’ 하고, ‘효도가 인간 행실의 근본’임을 자식에게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함축하고 있다.

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 이다. 그래서 늙은 어버이는 자식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법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 반드시 모시고 사는 것만이 부모가 원하는 효도의 길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부모는 여전히 절대적인 권위의 소유자요, 가족화합의 상징적 대표자이다. 약화될 대로 약화된 전통적인 가족의 기능 회복은 가족구성원이 일체감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다. 어버이날,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노부모가 자식들 얼굴 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큰 선물은 없다. 따라서 본래의 제정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어버이날은 기념일이 아닌 ‘공휴일’이어야 한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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