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아픔의 역사 유월(流月)

2009.06.01 17:13:00

#1950년 6·25전쟁은 우리민족사에 가장 참혹한 시련과 비극을 안겨주었다. 3년간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화(戰禍)는 전국토를 폐허로 만들며 수많은 인명피해와 이산가족을 남기고도 완전종식이 아니라 멈춘 상태로 우리 앞에 완강히 버티고 서 있다. 남북이산가족 재회의 감격으로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인간드라마 ‘특별생방송-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첫 방송이 시작된 날도 1983년 6월 30일이었다.

#1987년 6월 9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항거하던 ‘이한열’이란 대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이 사건은 다음 날 6월 10일,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의 함성과 피눈물은 마침내 독재정권을 굴복시키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일대 분수령이 되었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일제치하인 1926년 순종의 국장일에 일어났던 ‘6.10만세운동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의 한복판 5층짜리 삼풍백화점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폭삭 가라앉았다. 사망 501명 등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 참사는 건국 이래 최대 인적재해로 기록됐다.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로 유치원생 등 23명의 새싹들이 처참히 짓밟힌 참사도 1999년 6월 30일이었다. 아비규환 속에서의 통곡과 오열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2년 6월 13일,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중학생 효순·미순이 자매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미군부대 앞은 수많은 여고생들이 흘린 땀과 눈물로 얼룩졌고,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했던 ‘촛불집회’는 오늘날 자유의사소통의 새로운 문화로 승화되었다.

#근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영해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사이의 해전인 연평해전(1999.6.15), 서해교전(2002.6.29)도 6월의 전쟁이었다. 모두 대한민국 해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마침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02-한·일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던 중에 벌어진 서해교전에서는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다.

우리현대사에 있어 6월은 눈물 없이는 지나지 못 하는 달이다. 그 자체가 ‘아픔의 일기’요 ‘눈물의 역사’다. 피와 눈물로 점철된 아픔의 역사 유월(流月), 울고 싶으면 실컷 울자. 예전에는 장례나 제례 때 혈족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찾아 와서 실컷 우는 것을 허락하는 관행이 있었다. 울분을 풀 수 있도록 한 조상들의 배려다. 옛 어머니들이 시집가는 딸에게 겨자씨 눈물주머니(淚囊=누낭)를 넣어주었던 관습은 힘든 시집살이에 몰래 울고 싶을 때 최루제로 쓰라는 ‘깊은 모정’이었다.

눈물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만들어져 위염,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카테콜아민,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들어있다. 눈물은 이 해로운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하여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컷 울고 난 뒤 속이 후련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눈물과 함께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뇌파와 안구운동, 심전도가 안정되어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적다거나, 위궤양 환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잘 울지 않고, 잘 우는 사람이 더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눈물에 인색한 현대인이여, 포장되고 숨겨진 얼굴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 가슴의 먼지를 씻어 내자!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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