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2009.06.24 15:58:00


방금 교무실을 갔다오다 나리꽃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도서관 앞 주목나무 숲 속에 선홍색으로 빛나는 딱 한 송이의 나리꽃! 아아! 오후의 비껴 가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은 나리꽃은 얼굴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원래는 두 송이가 피었었는데 한 송이는 이미 강렬한 태양의 힘에 굴복해 시들어 있더군요.

저는 얼른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습니다. 나리꽃은 더욱 수줍어 하며 고개를 외로 돌리려했습니다.
저는

"괜찮아, 나리야. 나, 나쁜 사람 아이거든? 그러니 얼굴 좀 이리 돌리고 활짝 웃어보렴∼"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대답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선 나리 입술에다 코를 대고 한참을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았습니다. 풀냄새 같은 알싸한 향기는 제 심장으로 빨려들어왔고 그 향기는 다시 나를 나리꽃 속으로 빨아들였습니다.

만약 우주에 블랙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를 강렬하게 빨아드리는 정신과 육체의 완전한 합일의 조화 그것이 비록 자연의 자연스런 조화일지라도.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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