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인도네시아에서 배운다

2009.08.07 12:43:00

 한글이 인도네시아 브론섬 소수 민족에게 보급돼 그들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는 뉴스를 듣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영어가 세계를 누비고 자국어조차도 영어에 밀려 천대받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어가 다른 민족에게 읽혀진다는 것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닌 지 의아할 정도였다. 자국어 사랑을 소리 높여 외치던 각국도 자국어를 버리고 세계어인 공용어를 하루빨리 보급하기 위해 영어를 국어로 만들어가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영어마을을 만들어 영어만을 쓰게 하는 고육지책을 선보이는 시대에 이르렀다.

한국어에 대한 과학성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한국어 사랑이 세계를 뻗어가는 데 지름길이 되지 못한다 하여 유치원 시절부터 영아들에게 영어 교육을 받게 한다. 자국어를 먼저 알려고 하기보다 외국어를 먼저 알려고 하는 안간힘은 언어의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자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에 가서 외국어를 배운다고 하여도 자국어를 영어로 능수능란하게 이역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자국어 사랑은 자국어를 외국어로 능통하게 번역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잘 구사한다고 하여도 자국어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한 외국어를 자국어로 소화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학고에서도 국어 시간에는 국어를 영어로 강의하지 않는다. 또 국어 교사는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허나 국어 교사라고 하여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어 시간에는 국어를 한국어로 강의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어 사랑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주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청소년들은 말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국적 없는 나라에서 국적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자신의 소속이 한국이라고 하여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살아야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한국인이라고 하여 한국인이 한국에 산다는 보장은 어렵다. 다문화가정이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동사무소에서는 다문화가정의 한글 교육을 위하여 한국어 교사 봉사 요원을 뽑아 가르친다고 한다.

앞으로의 교육은 다문화가정의 효율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한국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영어에 대한 한국어와의 병행 교육이 더 중요성을 띠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몇 개의 언어만 남고 나머지 언어들은 사어가 될 것이라고. 그런 세상이 다시 올 가능성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용불용성이라고 했던가? 쓰는 것은 계속 발달하고 계속 쓰지 않는 것은 계속 소멸하고 만다는 것을. 하지만 국어 사랑 뒤에 주의해야 할 것은 세계의 물결이 자국어 중심으로만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무섭기만 하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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