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고 저마다 바다로 산으로 가족 동반, 집안 식구 동반, 동우회 회원들 동반 등등으로 고속도로를 메우는 차량들의 나들이가 거리의 태양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좁은 산골짜기에도 높은 산야에도 제각기 여름의 싱그러운 젊음을 맛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음이 마치 하루살이의 즐거움을 모두 만끽하기 위해 집단을 형성해 다니는 것은 아니지 하는 느낌조차 든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도 시간이 많으나 각 계절이 주는 그 때의 짜릿한 맛을 느끼고 되새겨 보기 위해 발품을 팔아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거리의 김삿갓은 아닌지 되뇌어 본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는 모습은 젊은이들만이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동반하여 즐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늙었다고 집안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 마지막 삶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젊은이나 노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
강원도 영월 별마로 천문대를 찾아 8월 7일 오후 5시경 출발하였다. 관람이 오후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라고 한다. 휴가 막바지라 가는 길이 그렇게 막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여 출발했으나 날씨도 비가 내리려고 하여 밤하늘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영월에 도착하여 봉래산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를 찾아 마지막 관람자이겠지 하고 올라갔다. 산속을 오르고 올라 겨우 갔으나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 모여드는 관람객들이 밤 11시까지도 올라왔다.
방학이라 좀 늦게까지 하는 까닭에 그 높고 높은 산에 연인들이나 가족들이나 집안 식구들이 밤더위를 식히며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밤의 화신들이라고 할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만나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할 수 없었던 낯선 사람들이 제각기 주고받는 담소는 삶의 즐거움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옆에 있는 것임을 느끼게 했다. 책에서 배우고 야외에서 경험으로 지행합일의 정신을 얻어 가는 것이 필부의 삶이 아닌가도 싶었다.
배움을 즐기는 사람도 가르침을 좋아하는 사람도 변화되어 가는 세월의 흐름에 만족하지 말고 세월의 흐름을 붙잡고 이해하려고 하는 안간힘이 필요한 것이 아닌 지. 시류의 흐름은 늘 내 곁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물과 같기에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도 가르침을 즐기는 사람도 흐르는 물처럼 자신을 다듬어 갈 수 있는 오늘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름철의 바캉스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본금이라고 한다.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새로운 메뉴들을 만들어 간다. 그 메뉴들 하나하나를 나에게 맞게 받아들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저장하고 창조해 가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기에 배워가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모두가 자신의 길에서 지혜의 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환부작신이라고 했던가? 새로운 술잔에는 새 술을 부어야 한다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고여 있는 물이 썩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교사가 교실에서 늘 같은 책을 가지고 가르친다고 해도 생각은 로봇 교사가 아니라 로봇 학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하나를 입력시키면 쉴 새 없이 출력해 내는 그런 로봇. 그것이 교사로 하여금 새로운 지혜를 만들게 한다. 변화를 모르고 책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신선한 변화의 공기를 불어 넣어 주는 교사는 발문이 뛰어난 교사다. 그것은 여름이 주는 정열의 힘에서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