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배기다’를 쓰는 경우도 많다.
1. 하루 1,000개씩 스윙 연습을 반복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기다 못해 살이 찢어질 정도였다.
2. 기운이 남아 있고 물러 터지지 않은 보릿대와 돌부리가 억세게 휘젓고 들어와 굳은살이 배긴 발바닥을 콕콕 찔러 피투성이가 되게 한다.
3. 발에 땀이 차거나 발바닥에 굳은살이 배기는 것도 문제지만 일반 스타킹을 신었을 때 발가락 부분의 스타킹 마감선이 드러나는 것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위 예문에서 ‘굳은살이 배기다, 굳은살이 배긴’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는 ‘굳은살이 박이다, 굳은살이 박인’이라고 해야 한다. 우선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배기다’
바닥에 닿는 몸의 부분에 단단한 것이 받치는 힘을 느끼게 되다. - 엉덩이가 배기다.
- 하루 종일 방바닥에 누워 있었더니 등이 배긴다.
- 내딛는 한 발짝마다 무거운 지게는 어깨에 배기고 등줄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진땀에 궁둥이는 쓰라릴 만치 물렀다(김유정, ‘땡볕’).
‘박이다’
1. 버릇 따위가 깊이 배다.- 주말마다 등산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
- 새벽에 약수터에 가는 것이 몸에 박여 안 가면 몸이 근질거린다.
2.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못이 생기다.- 손에 못이 박이다.
- 굳은살 박인 어머니의 손은 우리를 향한 희생의 상징이다.
앞의 예문에서 보듯이, ‘박이다’를 쓸 자리에 ‘배기다’를 쓰는 습관이 있다. 일상 언어생활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언론 매체에도 이렇게 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배기다’는 몸의 일부가 다른 부분과 접촉한 상태에서 힘을 느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반면 ‘박이다’는 반복적인 생활 습관으로 몸의 일부에 변화가 와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즉 손이나 발바닥 따위를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살이 단단해진 상태를 이를 때는 ‘굳은살이 박이다’라고 쓴다. 참고로 ‘배긴’ 상황은 몸을 바르게 하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박인’ 상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박이다’를 쓰면서 ‘박히다’와 혼동하는 사례도 많다.
‘박히다’는 ‘박다’의 피동사로
- 의자에 박힌 못에 찔렸다. -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을 받았다. - 그의 시선은 허공에 박혀 있었다.
- 수염같이 보송한 털이 박히어 예쁘다. -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 남자가 깊게 박혀 있다. - 실연을 당한 뒤 방구석에 박혀 나오질 않는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박이다’는 오랜 생활 습관에 따라 저절로 나타난 상태이다. ‘손에 못이 박이다. 얼굴에 점이 박이다.’가 그 예다. 하지만, ‘박히다’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박아서 그렇게 되는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말뚝이 박혀 있다. 사진이 잘 박혔다. 벽에 못이 박혀 있다.’의 경우이다. 여기에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