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전형 최저학력등급 없애야 한다

2009.10.05 11:04:00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일부 대학들은 학생을 선발하면서도 수능의 최저학력등급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현장 고교의 생활기록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요. 동시에 과학고나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을 뽑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진다. 물론 과학고나 외고 학생들이 나가는 길이 국내 대학이 아니라 할지라도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은 학생의 생활기록부만으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인데도 대수능의 최저학력기준을 굳이 적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지방고의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이요, 나아가서는 사교육비 절약에 앞장서야 할 대학들이 사교육비를 부채질하는 격이 되는 것이다.

최저학력기준이 없어질 경우 일선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에 충실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보다 충실하게 할 것은 물론 심도있는 수업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수시전형에 “논술”평가가 있는 데도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서울 대학들의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뽑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 수학능력 부족이라는 평이 나타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대학에서 대학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과감하게 경고를 통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학이 가지고 있는 학점이다. 대학이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 대학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두 번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그만큼 학생들 자신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음껏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실력을 길러 갈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많다. 대학생은 하루 3시간 정도만 수업하면 온통 자유시간이다. 그런데 나머지 시간을 유흥으로 소비해 버린다면 진정한 대학생으로서의 바른 길을 간다고 말하기 어렵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에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라면 고교 수업을 심화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고 고교 교사들의 학업에 대한 권한을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 보고서 중심 수업, 토론 중심 수업, 수행평가 중심 수업 등으로 진정한 교실 수업이 그 본래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을 되살리는 길이다. 따라서 각 대학들은 수시 학기에 최저학력등급을 과감하게 폐지하여 고교 내신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을 고교 일선에서 마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대학들은 최저학력등급을 더욱 높여 학생들로 하여금 학원으로 과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고교 현장이 살아나야 진정한 대학문화의 진면목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놀고 고교에서 공부하는 이런 모순된 상황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 이런 모순을 누가 풀어주어야 하겠는가? 고교 현장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학교로 전락된다면 한국 대학생들의 진정한 지성인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대학의 문화는 고교 현장에서 그 기초를 다지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 보고서 중심 학습, 토론 중심 학습이 되도록 일선 고교는 현장 수업에서 그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길은 바로 대학 당국이 생활기록부만으로 수시 전형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정시는 생활기록부 비중과 수능 성적이 고루 적용되는 대학전형이 자리잡아야 한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학생들을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과외로 여전히 내몰리고 있는 한국의 고교 현장이 과연 대학문화의 전당인가 아니면 고교 현장의 문화인가. 고교는 고교다워야 한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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